V-리그 남자부에서 2016~2017시즌부터 트라이아웃을 시행키로 했다.

외국인 용병의 몸값과 의존도를 낮추자는 취지에서 시행되는 제도이지만 경기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13일 이사회를 통해 여자부에 이어 남자부에서도 차차기 시즌부터 트라이아웃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트라이아웃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외국인 선수의 몸값을 낮추고 국내 공격수를 살리기 위해 시행하는 제도다.

그동안 국내 배구계에서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와 치솟는 몸값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삼성화재의 레오와 OK저축은행의 시몬 등 주력 외국인 선수가 공격을 도맡아 하다 보니 우리나라 선수들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진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두고 '몰빵배구'라고 부르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외국인 선수에게 무조건 공과 공격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승점을 따내고, '토종거포'들은 조연에 그치거나 수비적이 역활을 맡는다는 것이다.

외국인 선수들의 치솟는 몸값도 문제였다.

KOVO가 정한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은 28만 달러이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는 구단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선수는 연봉만 150만 달러를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져 심각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배구의 시장 자체가 상당히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 선수에게 지나게 높은 몸값을 지불하면서 V-리그의 수준이 높아지기보다 우리나라 배구의 토양이 척박해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트라이아웃이 실시되면 외국인 용병도 우리나라의 에이스급과 비슷한 수준에서 데려올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외국인 선수 1인의 '원맨쇼'보다는 국내선수의 기량과 전술, 팀색깔로 승부가 갈릴 여건이 만들어 질 수 있다.

그러나 트라이아웃에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를 V-리그에서 보기 어려워진다는 점이 문제다. V-리그의 경기력 하락이 불가피한 것이다.

▲ 【사진=발리볼코리아 김경수 기자】삼성화재 레오, OK저축은행 시몬.2015.02.13.

특히, 트라이아웃 제도가 시행되면 지금 활약하고 있는 레오와 시몬 등의 선수들은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다. 연봉 등 계약조건 등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플레이에 익숙해진 팬들의 발길이 끊어지는 악순환이 나올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근 V-리그가 상당히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분위기에서 오히려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OVO는 이같은 우려를 고려해 미국 선수만 뽑을 여자부 트라이아웃과는 달리, 남자부는 전 세계 선수를 대상으로 트라이아웃을 실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이 경기력을 유지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남자 배구는 전 세계적으로 여러 리그가 활성화돼 있어서 기량이 뛰어난 선수는 굳이 트라이아웃을 신청하지 않더라도 활약할 곳이 많기 때문이다.

KOVO 관계자는 트라이아웃 시행에 대해 "외국인 선수에게 편중된 경기를 개선하고 구단의 과도한 부담도 줄이기 위한 제도"라며 "부담을 그만큼 줄여 국내배구 발전과 국내선수 경쟁력 향상을 위해 투자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발리볼코리아/뉴시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문의 volleyballkorea@hanmail.net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opyright © VolleyballKorea. All rights reserved.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