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볼코리아/뉴시스=수원】 "세 번의 무릎 수술로 은퇴도 생각했다. 오랫동안 불면증에 시달렸는데 오늘은 잘 잘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전력은 3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3-2로 진땀승을 거뒀다.

이날 쥬리치(32점)와 전광인(19점)의 쌍포의 활약에 힘입어 강호 OK저축은행을 꺾었다. 그러나 이들의 활약보다 더 빛난 선수는 최석기(28)였다.

최석기는 이날 8개의 블로킹을 포함해 15점을 올렸다. 8개의 블로킹은 개인 최다 타이기록이다. 무엇보다 상대 주공격수 시몬을 상대로만 8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는 집중력을 선보였다.

▲ 【발리볼코리아(수원)=김경수 기자】3일 경기도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V리그 2라운드 남자부 한국전력 vs OK저축은행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한 한국전력 최석기가 기뻐하고 있다.2014.12.03.

이날 히어로는 최석기였다. 생애 처음으로 수훈선수로 방송 인터뷰도 했고, 인터뷰실에도 들어왔다.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아직 자신이 건재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보였다.

최석기는 "7년차인데 수훈선수 인터뷰는 처음이다. 아직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냥 들어가서 뛴 것 뿐인데 나도 모르게 잘 되는 날이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석기는 2010년 9월 KOVO컵에서 왼쪽 무릎을 다쳤다.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오진으로 인해 수술을 석달이나 늦게 했다. 이후 2번이나 더 수술을 했다. 그리고 또 무릎을 다쳤다. 다시 수술을 하게 된다면 은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끊임없는 수술과 재활 속에서 지탱할 수 있는 힘을 준 것은 동료였다. 언젠가는 저 코트에서 다시 뛰는 날을 기다리며 눈물의 세월을 견뎌냈다. 이제 '최석기 타임'이 시작됐다.

그는 "항상 다치고 나서 너무 힘들었다. 항상 경기장 밖에 있다보니 최석기란 선수가 없는 선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출전 기회가 없었다. 제대로 복귀하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 작년 2월에 무릎을 다쳤을 때 병원을 찾았다. 만약 다시 수술을 해야한다면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병원에서 수술을 권하지 않았다. 4개월 동안 재활한 후 다시 복귀했다. 그리고 감독님이 기회를 주셨다. 감독님이 다시 해보자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부상을 계속 당하다보니 몸을 어떻게 써야할지 몰랐다. 지금도 꾸준히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오늘 너무 잘 되니까 걱정도 된다. 다음에도 잘 하란 법은 없는데 걱정이다. 이렇게 잘 하는 것보다 꾸준한게 더 좋다. 워낙 경기장 밖에 있다보니 드는 생각이다"고 웃어보였다.

최석기는 "다치기 전까지 모든 게 다 잘 될 줄 알았다. 다쳐보니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진짜 많이 울었다. 1년 반을 못걸어다녔다. 3번 수술 하면서 거의 포기했었다. 감독님과 팀동료, 프런트에서 너무 많이 도와줬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오늘 경기는 저한테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경기였다. 자신감과 아직까지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오랫동안 불면증에 시달렸는데 오늘은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달라진 팀 분위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최석기는 "팀의 창단 멤버인데 그 멤버가 이제 나밖에 없다. 7년 동안 많은 일을 겪었다. 25연패도 두 번이나 해봤고,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가 있을 때도 난 여기에 있었다. 용병도, 감독도 계속 바뀌었다. 어마어마한 일들을 계속 겪어왔다. 그리고 신영철 감독님이 오셨다. 먼저 선수들에게 패배감에서 빨리 벗어나기를 강조하셨다. 원래 우리는 한 번 지면 쭉 연패를 하는 팀이었다. 이번 시즌 들어 많이 이기다보니 선수들이 달라졌다. 자신감도 생겼다. 전광인과 서재덕, 쥬리치가 있는 공격력은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주위의 보조 선수들이 도와주면 포스트시즌 진출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은 "오늘 우리 선수들이 끝까지 잘해준 건 고맙게 생각한다. 오늘의 키포인트는 최석기다. 석기 때문에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석기가 부상도 있고 해서 기회를 많이 주지 못했다. 앞으로 우리 팀에서 가장 좋은 블로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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