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루키들을 대상으로 하는 신인상은 다른 상들에 비해 의미가 조금 특별하다.

▲ 【사진=발리볼코리아 김경수기자】흥국생명 공윤희, 한국전력 전광인.

최고의 선수에게 주는 최우수선수상(MVP)이나 기록으로 평가하는 득점왕은 추후에도 수상이 가능하지만 신인상은 한 시즌만 뛰면 그 자격이 자동으로 소멸된다. 올해 프로배구 V-리그에서는 생애 한 번 뿐인 신인왕 타이틀 싸움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막내 구단 러시앤캐시의 가세로 즉시 전력감 루키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이들의 자존심 싸움은 시즌 막판까지 전개될 전망이다.

▲‘준비된 신인왕’ 전광인

▲ 【사진=발리볼코리아 김경수기자】한국전력 전광인.

신인왕 0순위는 단연 한국전력의 레프트 공격수 전광인(22)이다. 전광인의 활약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진주 동명고 시절부터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전광인은 2011년 체질 개선에 나선 박기원(62) 감독의 눈에 띄면서 성인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형들과의 경쟁은 전광인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전광인은 최대 장점인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대표팀에서 자신의 입지를 넓혀 나갔다.

2013년에는 문성민(27·현대캐피탈) 박철우(28·삼성화재) 김요한(28·LIG손보) 등의 선배들이 부상과 피로누적으로 대표팀을 들락날락 하는 사이 이를 놓치지 않고 새로운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한국전력은 8월 2013~2014시즌 남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전광인을 선택했다. 어찌 보면 당연해 보였던 한국전력의 선택은 오래 지나지 않아 역시나 최고의 한 수였음이 입증됐다. 전광인은 올 시즌 12경기에 나서 241점을 올려 이 부문 5위(이하 모든 기록은 12월18일 기준)를 달리고 있다.

전광인보다 득점을 많이 한 4명의 선수들은 모두 팀 내에서 해결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용병들이다. 국내 선수 중 전광인보다 많은 득점을 올린 이는 아무도 없다. 이 뿐만이 아니라 같은 외국인 선수일지라도 러시앤캐시 아르파드 바로티(22·202점)와 한국전력 밀로스 쿨라피치(27·172점)의 객관적인 기여도는 전광인보다 떨어진다. 전광인은 공격종합 5위(54.83%), 서브에이스 5위(세트당 0.29개), 오픈공격 5위(49.39%), 후위공격 4위(57.84%) 등 공격 전부문에서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물론 신인인 만큼 보완점도 만만치 않다. 경기 초반의 기세가 막판까지 이어지지 않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올해 숱한 국내외 대회를 치르면서 체력이 떨어진 영향도 적지는 않지만 강약 조절이 미숙하다는 것이 신영철 감독의 평가다. 하지만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력을 보강하고 있고 구단에서도 각별히 신경을 써주고 있는 만큼 페이스 유지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기세라면 신인왕에 가장 근접한 선수는 전광인이다.

▲송명근·이민규·송희채 우리도 있소!

▲ 【사진=발리볼코리아 김경수기자】러시앤캐시 송희채, 송명근. 이민규.

전광인의 압승으로 싱겁게 끝날 것 같던 승부에 송명근(20·러시앤캐시)이 도전장을 던졌다. 신인 드래프트 전체 4순위로 러시앤캐시 지명을 받은 송명근은 프로 적응을 마친 2라운드 들어 레이스에 불을 당겼다. 송명근의 잠재력은 전광인에게 크게 밀리지 않는다. 송명근은 이민규(21), 송희채(21·이상 러시앤캐시)와 함께 경기대 3인방으로 불리며 전국 무대를 휘젓고 다녔다. 러시앤캐시는 3학년이던 이들 세 선수를 잡기 위해 경기대를 끈질기게 설득, 드래프트장으로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공격형 레프트에 가까운 송명근은 2라운드 공격성공률 57.38%로 당당히 2위를 달리고 있다. 세터 이민규와 레프트 송희채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러시앤캐시 김세진 감독은 이민규를 두고 “옆에서 성장하는 것만 봐도 저절로 웃음이 나게 하는 선수”라고 표현한다. 이민규는 대학 3년생이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의 강심장과 빠른 토스가 인상적이다. 경기를 읽는 눈과 두둑한 배짱까지 갖춰 최태웅(37)~권영민(33·이상 현대캐피탈)~유광우(28·삼성화재)~한선수(28·군입대)를 이을 또 다른 대형 세터의 탄생까지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송희채는 공격력과 수비력을 두루 갖춘 몇 안 되는 신인 선수다. 리그 전 선수로 범위를 넓혀도 결코 기량이 떨어지지 않는다. 송희채는 러시앤캐시가 시즌 두 번째 승리를 올린 14일 한국전력전에서 20차례 리시브 시도 중 11개를 정확하게 보내 후방을 든든히 지켰다.

송희채의 롤모델은 현역 시절 수비형 리베로의 교과서로 불렸던 석진욱(37) 러시앤캐시 수석코치다. 등번호 14번을 택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송희채 또한 스승이 그랬던 것처럼 조용히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우리카드 리베로 정민수(22)는 삼성화재로 떠난 이강주(30)의 공백을 기대 이상으로 잘 메워주고 있다. 리베로라는 특수 포지션을 맡고 있어 화려함은 다른 신인들에게 뒤지지만 팀 성적이 좋아 레이스에 충분히 가세할 만하다.

▲여자부는 ‘구관이 명관’

▲ 【사진=발리볼코리아 김경수기자】흥국생명 공윤희.

대형 신인들이 즐비한 남자부와는 대조적으로 여자부에서는 눈에 띄는 루키들을 찾기가 어렵다. 예전처럼 각광받던 슈퍼 신인들이 사라지면서 코트에 서는 이보다 웜업존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새내기들이 늘고 있다. 그나마 조금씩 얼굴을 비치는 선수는 한국도로공사 레프트 고예림(19)이다. 고예림은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KGC인삼공사의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인삼공사가 드래프트에 앞서 세터 이재은(26)과 이보람(25)을 도로공사에서 영입하는 조건으로 세터 차희선(20)과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내주면서 고예림은 한국도로공사에서 프로 첫 발을 떼게 됐다.

곱상한 외모로 일찌감치 관심을 끌었던 고예림은 선배들이 휴식을 취할 때 종종 나와 분위기를 익히고 있다.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공윤희(19) 역시 아직 확고한 입지를 다지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라이트와 센터, 레프트 등 다양한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데다 2012년 태백산배중고배구대회에서 공격상을 차지한 바 있어 잠재력은 뛰어나다는 평가다.【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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