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경이 두 번 연속 문고리를 잡았습니다."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이 활짝 웃었다. 프로 출범 후 첫 대한항공전 셧아웃 승리를 거둔 것도 모자라 25개월 만에 현대캐피탈까지 꺾었으니 충분히 그럴 만도 했다.

▲ 【수원=뉴시스】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NH농협 V리그 프로배구 수원 한국전력과 현대캐피탈의 경기에서 5세트까지가는 접전끝에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한 한국전력 전광인, 서재덕, 김진만이 서로 껴안고 기뻐하고 있다. 2013.12.08.

한국전력은 8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3~2014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3-2(22-25, 26-24, 25-20, 24-26, 15-13) 역전승을 거뒀다.

2011년 11월16일 천안에서 3-2 승리를 일궈냈던 한국전력은 12경기 만에 현대캐피탈을 제압했다. 한국전력이 '우승 후보' 현대캐피탈을 꺾은 데에는 역설적으로 부득이하게 자리 잡은 '토털배구'의 공이 컸다.

한국전력은 현재 외국인 선수 밀로스 쿨라피치 없이 경기에 나서고 있다. 체력 문제를 안고 있는 밀로스는 신 감독의 배려 속에 경기 출전 대신 훈련으로 몸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외국인 거포가 빠진 한국전력은 오히려 다양해진 공격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현대캐피탈전에서는 전광인을 레프트에 박아둔 채 서재덕과 박성률을 번갈아 라이트에 기용하며 큰 효과를 거뒀다. 전광인은 팀 내 최다인 28점으로 펄펄 날았고, 서재덕(18점)과 박성률(17점)은 35점을 합작했다.

▲ 【사진=발리볼코리아 김경수기자】한국전력 신영철 감독.

신 감독은 "공격을 고르게 하다 보니 상대가 혼란스러워 한 것 같다. 한 쪽으로 몰렸으면 좀 더 어려운 경기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표 토털배구의 시발점은 세터 김정석이다. 김정석의 토스를 받은 주전 선수들은 현대캐피탈전에서 모두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대학배구에서 2부권으로 분류되는 조선대 출신인 김정석은 수련선수로 한국전력에 입단한 무명이다. 현역 시절 '컴퓨터 세터'로 명성을 떨쳤던 신 감독의 조련을 받고 뒤늦게 꽃을 피우고 있다.

"그동안 김정석은 큰 무대에서 한 번도 뛴 적이 없다. 긴장 때문에 경기 중 다리에 쥐도 날 정도"라고 말한 신 감독은 "지금도 잘해주고 있지만 2단 토스의 연결을 정확하게 해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라고 흐뭇해 했다.

국내 선수들이 주축이 된 토털배구는 현대캐피탈전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 훈련을 마친 밀로스는 14일 러시앤캐시전부터 투입될 전망이다. 신 감독은 밀로스가 애물단지가 아닌 천군만마가 되길 바라고 있다.

신 감독은 "국내 선수들로만 하는 것은 반짝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한계가 있다"면서 "밀로스만 조금 도와준다면 좀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한편 덜미를 잡힌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이렇게 하면 시합을 진다는 것을 알려준 것 같다. 첫 세트를 이기고 순조롭게 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2세트를 넘겨주면서 선수들의 전체적인 버릇이 나왔다"고 패인을 짚었다. 【수원=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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