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5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대한항공과의 창단 첫 경기를 준비하던 김세진 신임 감독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까지 마다한 채 마지막까지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 【안산=발리볼코리아 김경수기자】5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13-2014 V리그 남자부 러시앤캐시 vs 대한항공 안산경기에서 러시앤캐시 김세진감독이 벤치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13.11.5.

경기가 시작된 뒤에는 더욱 바빠졌다. 선수들과 적극적인 하이파이브로 기를 살려주는 것은 물론 끊임없는 작전 지시로 승리를 가져가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상대 대한항공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첫 세트를 따내며 선전한 러시앤캐시는 경험 부족을 절감한 채 1-3(27-25, 18-25, 22-25, 24-26) 역전패로 창단 첫 경기를 마쳤다.

김 감독은 패배에도 후한 평가를 내렸다.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생각보다 잘했다. 나 때문에 졌다"며 "분위기를 빼앗겼을 때 흐름을 가져오는 것이 조금 부족했다. 안 됐을 때 어떻게 풀어갈지를 조금 배운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러시앤캐시는 짧은 연습 기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호흡을 자랑했다. 특히 리베로 정성현이 중심을 잡은 수비에서 끈끈함을 선보이며 3년 연속 챔프전에 오른 대한항공을 물고 늘어졌다. 세터 이민규의 손끝에서 시작되는 세트 플레이 역시 큰 위력을 발휘했다.

▲ 【안산=발리볼코리아 김경수기자】5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13-2014 V리그 남자부 러시앤캐시 vs 대한항공 안산경기에서 러시앤캐시 김세진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13.11.5.

김 감독은 "정성현이 자리를 잡는 것이나 상대 공격에 따라 수비 위치를 바꿔주는 모습이 괜찮았다. 블로커들의 타이밍도 좋았다. 다른 팀들의 외국인 선수들이 레오를 제외하면 다들 라이트인데 레프트 블로커들이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고 칭찬했다.

상대팀 대한항공 김종민 감독의 평가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생팀에 혼쭐이 난 김 감독은 "솔직히 우리가 진 경기"라며 "전력이 다른 팀들과 비슷한 것 같다. 선수들 면면을 봐도 떨어질 것이 없다. 단지 경험이다. 그런 면에서 기존 프로팀들과 차이가 난다"고 호평했다.

대다수 선수들이 데뷔전의 부담감을 딛고 선전했지만 외국인 선수 아르파드 바로티는 기대 이하의 모습으로 실망감을 안겼다. 바로티는 팀내에서 가장 많은 31차례 공격을 시도했지만 고작 12점(성공률 35.48%)을 올리는데 그쳤다. 4세트 승부처에서는 아예 벤치를 지켰다.

▲ 【안산=발리볼코리아 김경수기자】5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13-2014 V리그 남자부 러시앤캐시 vs 대한항공 안산경기에서 러시앤캐시 김세진감독이 강영준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13.11.5.

김세진 감독은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여도 된다"면서 바로티의 플레이에 낙제점을 줬다. "7월부터 용병을 골랐는데 얼마나 좋은 선수를 뽑았겠느냐"고 운을 뗀 그는 "입단 후 근력 테스트를 해봤는데 일반인 평균보다 근력이 12%나 떨어진다. 다음 경기에서도 중간에 뺄 수 있다"면서 으름장을 놓았다.

데뷔전을 마친 김 감독은 10일 같은 장소에서 삼성화재와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삼성화재는 현역 시절 김 감독이 숱한 영광을 노렸던 팀으로 그를 지도했던 신치용 감독이 여전히 지휘봉을 잡고 있다.

김 감독은 "선수가 빠져 로테이션이 원활하지 않게 돌아간다고 해도 그것은 1점 승부를 펼치는 팀들끼리의 이야기다. 배운다는 생각으로 하겠다"면서도 "오히려 대한항공이나 삼성화재가 빠르지 않아 경기하기는 편하다"며 승리 욕심을 넌지시 내비쳤다.【안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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