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대한항공은 서브의 끈을 놓치 않았다. 챔피언 삼성화재와의 개막전에서도 서브라는 확실한 색깔을 보여줬다.
대한항공은 2일 오후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3~2014 V-리그 삼성화재와의 개막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2-3(25-22, 19-25, 23-25, 25-23, 12-15)로 석패했다.
삼성화재만 만나면 유독 작아졌던 대한항공은 삼성화재와의 역대 시즌 개막전 세 번째 맞대결에서 첫 승을 따내기 위한 카드로 장기인 서브를 들고나왔다.
'괴물 용병'이라는 상대 외국인 선수 레오를 막기 위해서는 서브리시브를 흔들어 좋은 공을 올릴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이는 '월드 리베로' 여오현의 이적과 '배구도사' 석진욱의 은퇴로 생긴 수비라인 공백과도 맥을 같이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삼성화재를 향해 총 104차례의 서브를 날려 10개를 성공시켰다. 한 경기에서 서브에이스를 10개를 만들어 냈으니 작전은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중심에는 새로 공들여 영입한 마이클 산체스(27)가 있었다. 산체스는 이날 시도한 21차례의 서브 가운데 6개를 득점으로 연결했다. 한 경기당 5~6개의 서브에이스를 낸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직전 시즌의 마틴이 구사한 것 만큼 강력하지는 않았지만 삼성화재의 빈 공간을 향해 구석구석 떨어지는 예리함이 돋보였다. 1세트 8-8의 상황에서 시도한 첫 번째 서브는 이강주와 레오의 사이에 떨어졌고 이어진 두 번째 서브는 네트맞고 굴절돼 행운의 에이스로 기록됐다.
두 점차로 달아난 대한항공은 분위기를 살려 1세트를 잡아냈다. 진상헌의 1세트 마지막 득점도 역시 서브에이스였다.
대한항공은 서브로 상대를 흔들어 놓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다음 전략이 없었다. 전략을 간파한 삼성화재에 승리를 내줄 수 밖에 없었다.
기대했던 산체스는 34점으로 분전했지만 공격 성공률이 47.27%에 그쳤다. 상대 레오(45점·성공률 63.07%)와 견줘 화력과 정확도 면에서 모두 밀렸다. 결정적인 순간에 믿고 올려주기에는 무게감이 떨어졌다.
배경에는 현저히 떨어지는 유효블로킹에 있다. 삼성화재는 총 19개의 유효블로킹을 만들어낸 반면 대한항공은 단 6개에 그쳤다. 레오를 막기 위해 스리블로킹 벽을 쌓고도 득점 찬스로 바꿔낼 수 없었다.
경기 후 김종민 감독은 "레프트 신영수의 역할 중 하나는 상대 용병을 막아줘야 하는 것인데 그렇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브는 상대와 부딪치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득점할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이기는 하지만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고비마다 무너지는 대한항공이 승리를 챙기기 위해서는 팀 컬러인 서브를 살리는 반면 다른 부분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대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