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소원이라도 다 들어줄 기세다. 새 시즌 개막을 앞둔 여자 프로배구 각 팀 사령탑들이 선수들의 '기 살리기'를 위해 다양한 공약을 내세웠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9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시티 2층 세쿼이아&파인룸에서 NH농협 2013~2014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 【서울=발리볼코리아 김경수기자】29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NH농협 2013-2014V리그 프로배구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 흥국생명 윤혜숙, 현대건설 황연주, 도로공사 김해란, GS칼텍스 정대영, 인삼공사 임명옥, IBK기업은행 김희진이 기자들에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2013.10.29.

비시즌을 거치며 모든 준비는 마쳤다.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은 시즌 도중 팀의 성적으로 환산될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또 한 가지 있다. 바로 '분위기'다. 개막 전 팀 간 기싸움이 한창인 가운데 감독들은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당근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선구 GS칼텍스 감독이 먼저 '백지 수표'를 내밀었다. 이 감독은 "만약 이번 시즌 우리팀이 우승을 한다면 나는 선수들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함께 있던 정대영(GS칼텍스)은 "저희에게 뭘 해주시려고 하기 전에 일단 감독님이 금연부터 해줬으면 좋겠다"며 "그리고 평소에 조금 더 쉴 시간을 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 감독의 모습을 지켜본 이성희 KGC인삼공사 감독은 "물질적인 선물도 좋지만 나는 마음고생과 피로가 쌓여있을 선수들을 위해 휴가를 더 많이 주겠다"며 재치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황현주 현대건설 감독도 "장기 레이스를 하다보면 잔부상과 피로가 누적된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휴식 뿐"이라며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렸다.

'휴가'로 우승 보너스가 굳어지려는 찰라 류화석 흥국생명 감독이 더 강한 조건을 내걸었다.

류 감독은 "하위에 있는 팀이 상위권팀들보다 정신적 고통이 더 심하다"며 "만약 우리 선수들이 지난 시즌의 부진을 털고 우승까지 해 준다면 감사의 의미로 해외여행을 보내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막내' 서남원 도로공사 감독은 마음이 급해졌다. 서 감독은 "선수 대표로 참석한 김해란에게 먼저 원하는 것을 물어보겠다"며 바통을 넘겼고 김해란은 "저도 휴가를 가고 싶다"고 답했다.

서 감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휴가는 당연히 줘야 할 보너스다. 만약 우승을 한다면 유럽여행은 기본이고 내 개인적인 사비를 털어서 선수들의 액세서리를 사주겠다"고 덧붙였다.

'디펜딩 챔피언' 기업은행의 이정철 감독이 '우승 공약'에서 질 수 없었다. 이 감독은 "이미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한 뒤 감사의 표시로 선수들 전원에게 귀걸이를 선물했다"며 "선수들은 휴식을 길게 받는 것을 가장 좋하는 것 같다. 한꺼번에 주기는 힘들겠지만 나눠서라도 휴식을 주겠다. 또 리그 2연패를 달성하면 이번에는 귀걸이보다 더 좋은 목걸이를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감독들의 '달콤한 얘기'를 듣고 있던 외국인 선수들은 원하는 우승 선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연달아 폭탄 발언을 내뱉었다. 감독들의 입이 일제히 '떡' 벌어졌다.

시작은 화기애애했다. 베띠(GS칼텍스)는 "선물은 우승한 다음에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고 조이스(인삼공사) 역시 "우승을 해서 한국 동료들에게 휴가를 선물해주고 싶다"고 모범 답안을 내놓았다.

포문은 바샤(현대건설)가 열었다. 그는 "우승을 한다면 '매우 많은' 휴가와 해외여행을 원한다"며 황 감독을 당황시켰다.

카리나(기업은행)는 "선수단 전원을 내 고향(푸에르토리코)으로 초대해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고 니콜(도로공사) 역시 "감독님의 지갑을 지켜주고 싶지만 나도 우승을 하면 선수들을 미국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바실레바(흥국생명)가 '화룡점정'을 찍었다. 그는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며 "그저 구단에서 선수들에게 '명품백'을 하나씩 선물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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