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효진 없는 것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국가대표 센터 양효진을 잃은 현대건설 황현주 감독이 역설적으로 긍정을 말했다.
현대건설은 26일 오후 4시 경기 안산시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3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준결승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3-2(22-25, 25-17, 23-25, 26-24, 15-11)로 따돌리고 결승에 진출했다.
득보다 실이 많은 경기였다. 4년 만에 어렵게 결승에 올랐지만 팀의 기둥을 잃는 바람에 기쁨은 반감됐다.
팀의 기둥 양효진은 1세트 9-13 상황에서 블로킹 뒤 착지하는 과정에서 왼쪽 발목을 다쳐 코트를 떠났다. 28일 결승전에 나설 수 없는 상황.
하지만 황현주 감독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경기 후 "오히려 (양)효진이 없으면 다른 선수들한테 기회가 주어지는 부분이 있다. 아무래도 (양)효진이가 있으면 효진이한테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그런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고 낙관했다.
양효진은 이번 대회에서 매 경기 두 자릿 수 이상의 득점을 책임지며 팀을 준결승까지 올려놨다. 20일 GS칼텍스전(3-1 승)에서는 부진했던 황연주를 대신해 공격을 이끌었다. 45.83%의 공격 성공률로 팀 내 최다인 20점을 올렸다.
지난 2009년 이후 4년 만에 어렵게 잡은 우승 기회를 눈 앞에 둔 상태에서 양효진의 공백은 뼈아플 수 밖에 없다.
황현주 감독은 "정밀 검사를 해봐야 하겠지만 일요일 경기는 뛰기 힘들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상당히 힘든 경기를 했다"며 말 문을 연 황 감독은 "1세트 초반에 효진이가 생각하지도 못한 부상을 당해 전체가 신경을 쓰다보니 리듬이 깨졌다. 우리 리듬으로 찾아오는 데 상당히 오래 걸린 것 같다"고 힘든 경기를 돌이켰다.
양효진의 공백은 동료 선수들에게도 부담일 수 밖에 없다.
황연주는 경기 후 "아무래도 (양)효진이의 자리가 크다. 이런 사실은 모든 팀이 알고 잇다. 하지만 없다고 무기력하게 질 수 없다. 없으면 없는대로 잘 메꿔서 결승에 임하겠다"며 '이 대신 잇 몸'을 말했다.
양효진의 공백을 15점으로 완벽히 지워낸 김수지는 "양효진의 빈 자리가 크니까 채워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언니답게 애들을 끌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부담을 토로하기도 했다.【안산=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