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이 반으로 줄었습니다."

김호철 감독이 활짝 웃었다. 현대캐피탈에 불어오는 '여오현 효과' 덕분이다.

▲ 【안산=발리볼코리아 김경수기자】25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3 안산.우리카드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현대캐피탈 vs 삼성화재 경기에서 현대캐피탈 김호철감독이 경기를 지켜보면서 환호하고 있다.2013.07.25.

프로배구 최고의 라이벌로 불리는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는 25일 2013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B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격돌했다. 1패씩을 안고 있던 두 팀에는 지면 탈락하는 단두대 매치나 다름 없었다.

승부는 조직력에서 갈렸다. 승자는 탄탄한 팀워크로 V-리그를 제패한 삼성화재가 아닌 모래알 조직력으로 정평이 난 현대캐피탈이었다.

제각각이던 현대캐피탈에 끈기를 더해준 이는 여오현이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고 삼성화재에서 현대캐피탈로 이적한 여오현은 얼마 전까지 한솥밥을 먹던 옛 동료들의 공격을 쉴새 없이 걷어 올렸다.

그의 존재감은 승부처에서 더욱 위력을 떨쳤다. 세트스코어 0-1로 끌려가던 2세트 29-28에서는 박철우의 오픈 공격을 건져냈고 3세트 12-10에서는 김정훈의 완벽한 시간차를 살렸다. 결국 현대캐피탈은 접전 끝에 삼성화재를 3-1로 제압했고 여오현은 총 21개의 디그로 뒤를 든든히 책임졌다.

김호철 감독은 "한 선수를 영입했을 뿐인데 감독하기가 이렇게 쉽구나 할 정도로 굉장히 많은 효과를 본 경기"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김 감독은 "오현이 한 명이 가세하면서 내가 할 일이 반으로 줄었다"며 극찬했다.

▲ 【안산=발리볼코리아 김경수기자】25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3 안산.우리카드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현대캐피탈 vs 삼성화재 경기에서 현대캐피탈 여오현이 공격볼을 바라보고 있다.2013.07.25.

친정팀을 상대로 이적 첫 승을 신고한 여오현은 "반대팀에서 유니폼을 입고 있었는데 라이벌팀 유니폼을 입고 있으니 사람인지라 특별한 기분은 들었다. 하지만 선수이기에 이긴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덤덤한 소감을 밝혔다.

여오현이 뒤를 책임지자 신예 공격수들도 힘을 냈다. 프로 2년차 송준호는 팀내 최다인 24점에 공격성공률 52.77%로 국가대표 공격수 박철우(25점·공격성공률 44%)와의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송준호는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형들이 배운 것만 하면 된다며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편하게 한 것이 잘 됐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화재는 여오현이 빠진 공백을 전혀 메우지 못했다. 연습량이 부족했던 이강주는 기량 발휘에 애를 먹었고 고준용 역시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삼성화재는 2전 전패로 예선 탈락했다.

▲ 【안산=발리볼코리아 김경수기자】25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3 안산.우리카드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현대캐피탈 vs 삼성화재 경기에서 삼성화재 신치용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2013.07.25.

신치용 감독은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겨울경기에 대비해 고준용에게 상당히 기대했는데 너무 페이스를 못 찾으니 안타깝다. 훈련을 열심히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며 "여오현의 이적은 프로 세계가 그런 것이다. 우리 팀에 있는 선수들을 잘 조련하겠다"고 말했다. 【안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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