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식스 인수 논란'에 휩싸였던 우리카드가 원안 고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급한 불은 진화됐지만 이번 해프닝이 배구판에 남긴 상처는 크다.

'드림식스 인수 논란'에 휩싸였던 우리카드가 원안 고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급한 불은 진화됐지만 이번 해프닝이 배구판에 남긴 상처는 크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연맹 사무국에서 긴급이사회를 열고 최근 벌어진 '드림식스 사태'에 대한 경과 보고를 했다.

▲ 우리카드에서 드림식스 양도 양수 기자회견에서 신원호 kovo사무총장이 답변하는 모습.

이날 이사회에는 남녀 12개 구단 단장이 참석했다. 사실상 긴급이사회의 주체였던 우리카드는 내부 사정으로 인해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를 마친 신원호 사무총장은 "정상적으로 인수 결정을 내려준 이순우 우리금융지주회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며 "모기업의 배구단 운영 포기로 2년 간 어려움을 겪었던 우리캐피탈과 같은 사태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카드와 잘 협의해 보완점을 찾아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출발은 좋았다. 우리카드의 등장은 배구판에 새 바람을 몰고 왔다.

▲ 우리카드 강만수감독 선임 기자회견에서 단장이 인사말 하는 모습.

우리카드는 지난 3월7일 KOVO가 실시한 드림식스 공개입찰에서 에이앤피파이낸셜(러시앤캐시)을 밀어내고 인수 기업으로 확정됐다.

러시앤캐시가 1년 전부터 드림식스 인수를 위해 공을 들여왔지만 재무건전성과 배구단 운영 의사 등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카드가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 '후발주자' 우리카드가 '선발주자' 러시앤캐시를 앞질렀다.

책임감은 커졌다. 우리카드는 본격적인 팀 꾸리기를 위해 차분히 준비 과정을 밟아 나갔다. 강만수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하는 등 일찌감치 구단 안정화를 꾀했다.

좋았던 상황이 바뀐 것은 한순간이었다. 우리카드는 지주사인 우리금융지주의 이 신임 회장이 취임함과 동시에 배구단 인수 의사를 손바닥 뒤집듯 번복했다. 민영화를 추진 중인 이 회장은 초기 투자가 불가피한 배구단 인수에 부정적인 뜻을 전했다.

우리카드는 배구단 인수 포기시 인수자금(40억원)의 150%인 60억원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배구팬들의 거센 비난과 항의도 감수해야 했다.

KOVO는 지난 21일 우리카드에 공문을 보내 26일 낮 12시까지 공식입장을 확인해달라고 요구했다. 우리카드는 공식 입장 표명 시한을 26일 오후 6시로 한 차례 미룬 뒤 정상적인 드림식스 인수 의사를 KOVO에 알렸다.

▲ 우리카드에서 드림식스 양도 양수 기자회견.


피 말렸던 인수 해프닝은 일단락됐지만 후폭풍은 여전하다.

KOVO 관계자는 "(이미 인수가 결정된 상황에서)걱정할 일이 아닌 사안을 두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속앓이를 해온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우리카드의 최종 인수 확정 발표가 난 뒤 축하전화를 많이 받았는데 당연히 진행됐어야 할 일을 두고 축하를 받으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KOVO와 배구팬들은 이번 해프닝으로 인해 가장 큰 상처를 받았을 드림식스 선수들을 걱정하고 있다.

드림식스는 우리캐피탈을 모태로 2009년 7월 창단했다. 그러나 모기업이 경영악화로 배구단 운영을 포기함에 따라 지난 2년간 KOVO의 관리구단으로 유지돼 왔다.

새 시즌을 맞아 의지할 수 있는 '소속'이 생긴 드림식스 선수들은 누구보다 기뻐했다. 반대로 우리카드의 무책임한 구단 인수 과정 속에서 많은 상처를 받았다.

KOVO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겪으며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지난 2년간 고생해온 드림식스 선수들이 또다시 같은 아픔에 시달려야 했다는 점이다"며 "매년 이런 상황에 시달리고 있는 선수들이 너무 안쓰럽다.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이다"고 밝혔다.

▲ 우리카드 강만수감독 선임 기자회견에서 송병일 주장이 축하 꽃다발을 전달하는 모습.

드림식스의 주장 송병일은 이날 '우리금융지주 이순우 회장님께 드리는 글‘이라는 자필 편지를 통해 "드림식스 배구단 인수 결정을 내려준 이 회장께 선수단을 대표하여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2년 동안 주인을 잃었던 드림식스는 좋은 모기업과 함께 맘 편히 운동할 수 있는 날만을 꿈꿔왔다. 최근 여러 가지 일들로 불안감이 컸지만 (인수가 확정된 만큼)가슴에 붙은 '우리카드'의 이름이 더 빛날 수 있도록 매 경기 최고의 플레이를 펼치겠다"고 구구절절한 심경을 전했다.

KOVO 규정에 따르면 이적 선수는 인수 시점부터 1년간 다른 팀에 양수·양도할 수 없다. 따라서 올 시즌 드림식스를 인수한 우리카드는 최소 1년 간은 구단을 정상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단 7월 내에 구단 인수 금액 40억원을 지불할 경우 드림식스의 소유권이 우리카드에 넘어가는 만큼 1년 뒤 부터는 구단 매각에 대해 KOVO가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급한 불은 껐지만 우리카드의 행보를 앞으로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내년 시즌 또다시 매각설이 나돌게 될 경우 선수들이 받게 될 불안감과 상처는 직접 겪어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배구팬들의 실망감은 말할 것도 없다. 국내 프로스포츠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우리카드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구단 운영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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