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발리볼코리아 김경수 기자】 지난 9일 인천에서 열린 V리그 경기에서 OK저축은행 시몬과 박원빈, 도로공사 니콜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2015.03.09-자료사진)2015.03.17.

대입 수능이 끝난 후 대한민국 고3 교실은 대체로 몸살을 앓는다. 수능이 끝나자 마자 3여년간의 입시지옥에 시달렸던 학생들은 해방을 맞게 되고 교실은 엉망이 된다.

제대로 된 수업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등교조차 하지 않는 학생이 적지 않다. 어떤 학생은 대학별 본고사를 준비하기 위해 아예 학원으로 향한다. 이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항상 성적제일주의에 매몰된 교실 풍경이라며 한탄한다. 이는 아직까지 고쳐지지 않는 우리 교육의 고질병으로 남아 있다.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1위부터 3위까지 포스트시즌 진출팀이 가려진 뒤의 풍경을 보자. 최강팀 삼성화재는 3일 리그 1위를 확정지었고, 돌풍의 OK저축은행은 7일 2위를 확정했다. 한국전력은 가장 이른 지난달 26일에 최소 3위를 확보하며 3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굳혔다. 전통의 강호인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은 포스트시즌 진출이 무산됐다.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첫 경기가 열리는 21일까지 2주의 정규리그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1~3위팀이 모두 결정난 것이다. 경기 숫자로는 6라운드의 절반에 달하는 8~9경기가 이런 상태에서 진행됐다.

이렇게 순위를 가린 뒤, V-리그 풍경은 수능이 끝난 고3 교실과 비슷해 보였다. 여자 경기의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았지만 특히 남자배구는 지난 시즌에 비해 꽤 흥행에 성공하며 팬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기에 더욱 '유종의 미'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지난 10일 경기에서 한국전력은 '토종거포' 전광인을 뺀 채로 경기에 임했다. 전광인은 국내 선수 중 단연 두각을 보이는 선수다. 이보다 사흘 앞선 경기에서 한국전력은 아예 전광인과 쥬리치를 모두 출전시키지 않았다. 이날 전광인과 쥬리치는 유니폼 대신 트레이닝복을 입고 관계자석에서 경기를 '관람'했다.

12일 정규리그 1,2위를 확정지은 삼성화재와 OK저축은행의 경기. 이날 경기장에 평소 호쾌한 스파이크를 선보이던 주력 선수들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OK저축은행은 시몬을 출전시키지 않은 것은 물론 송희채, 송명근 등 주력 선수를 모두 뺏다. 이날 안산 상록수체육관을 찾은 한 어린이 팬은 마이크를 잡고 누구를 보러 왔느냐는 장내 사회자의 질문에 "송명근 선수요!"라고 외쳤다. 그러나 송명근은 이날 나오지 않았다. 삼성화재는 8일 LIG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레오와 유광우, 이선규 등 주전 선수들을 출전시키지 않았다가 이날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는 주전급 선수에서 레오만 뺏다.

이처럼 정규리그 순위가 결정된 후에 주력 선수들을 뺀 채 무성의한 경기를 하는 일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었다. 매년 최소 1~ 2주 동안 팬들은 맥 빠진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물론 정규리그를 거쳐오면서 쌓인 피로와 부상 위험을 덜기 위해 주전선수를 뺀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더 큰 경기인 포스트시즌 경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힘을 아끼고 전력의 노출을 꺼리는 부분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래도 현재 V-리그의 모습은 지나치다.

성적지상주의에 매몰된 황량한 교실처럼 정규리그에서 활약했던 선수 대부분을 관람석에 앉히는 것은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 대한 예의의 문제다. 팬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먹고 사는 '프로'인 구단과 선수로서 기본자세를 돌아보게 하는 일이다.

어느 프로리그에서나 그렇듯이 정규리그 순위가 결정된 후 적잖은 후보선수들을 경기에 세우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주전과 비주전의 전력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후보선수의 스토리를 개발하고 그들의 절박함이 담긴 플레이와 주전경쟁을 통해 팬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면 될 일이다.

지금처럼 정규리그 동안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선수들로 경기장을 채우고 '하나마나'한 경기를 하는 것은 매 시즌 인기를 더해가고 있는 V-리그를 위해서도 좋지 않아 보인다. 【발리볼코리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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