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을 게 없다던' 김종민 감독 대행의 완패

얻을 게 없다던 신치용(59) 삼성화재 감독과 잃을 게 없다던 김종민(39) 대한항공 감독대행의 승부는 다소 싱겁게 끝났다. 두려움 없던 신참의 완패였다.

▲ 대한항공 김종민 감독대행.

김종민 감독 대행이 이끄는 대한항공은 2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2~2013 V-리그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1차전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1-3(25-23 20-25 18-25 22-25)으로 졌다.

경기 전 코트를 둘러싼 화두는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였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삼성화재에 6전 전패를 당했던 대한항공 김 감독 대행은 마음을 비운 듯 했다. 반면 챔피언결정전 6연패를 노리는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상대적으로 가진 게 많아 불안해 보였다.

'선무당이 사람잡을까'하는 마음에 기대의 눈들이 쏠렸다.

게다가 총감독으로 물러난 신영철(49) 전 감독으로부터 시즌 중반 지휘봉을 물려받은 김 감독 대행으로서는 챔피언결정전 무대는 일종의 보너스 경기와 다름 없었다. 져도 본전이요 이기면 횡재인 그런 경기였다.

김세진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그런 김 감독 대행을 가리켜 "올스타전 감독보다 더 편한 감독"이라며 농을 건넬 정도였다.

김종민 감독 대행은 경기 전 "이기려 하지말고 편하게 하자"고 선수들에게 주문했다고 말했다.

마음을 비우고 나선 대한항공에 쏟아지는 시선은 그래서 색달랐다. 김 감독 대행은 지난 두 시즌 동안 챔피언결정전에만 오면 맥없이 무너지고는 했던 대한항공의 '흑역사' 그림자를 지워낼 수 있을 것인가 기대를 받았다.

1세트를 잡아낼 때만 해도 김종민 매직은 빛을 발하는 듯 했다. 삼성화재보다 1개 더 많은 8개의 범실을 범하고도 운이 좋게 1세트를 챙겼다.

▲ 대한항공 김학민.

김학민(4점·공격성공률 50%)이 다소 불안했지만 마틴이 8점(성공률 70%)으로 이끌었고 곽승석(3점), 한선수(2점)가 100% 성공률로 고비처마다 힘을 보탰다.

20-22에서 교체 투입된 김강녕의 서브범실, 21-23에서 레오의 뼈아픈 서브범실이 삼성화재가 흔들린 계기가 됐고 마틴의 블로킹 득점에 이은 오픈공격과 한선수의 절묘한 서브에이스가 코트 끝에 떨어지며 웃었다.

대한항공의 미소는 1세트에서 끝났다. 2세트는 8점 차까지 뒤지다가 20-25로 내줬고 3세트는 18-25의 졸전이었다. 4세트는 시소게임 끝에 22-23까지 쫓았지만 김학민의 2연속 공격범실로 무너졌다.

경기 전부터 현대캐피탈을 플레이오프에서 꺾고 올라온 대한항공을 경계했던 신치용 감독은 "대한항공의 상승세를 꺾은 것이 다행이다"고 말했다.

김 감독 대행이 새겨들을 대목이다. 지난 2010~2011시즌부터 3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을 노크한 대한항공은 1차전 승리를 챙긴 적이 없다. 3년 연속 1차전을 세트스코어 1-3으로 무릎꿇었다.

대한항공이 23일 경기까지 포함해 삼성화재와의 9차례 챔피언결정전에서 승리를 따낸 적은 지난 2011~2012시즌 3차전(3-1 승)이 전부다. 나머지 8번은 모두 패했다.

지난 두 시즌은 대한항공이 어떻게든 삼성화재를 꺾어보고자 과욕을 부리면서 무너졌기에 마음을 비운 김 감독 대행체제의 이번 1차전이 기대됐다.

그러나 '혹시나'가 '역시나'로 바뀌면서 더이상 '사즉생(生卽死)'의 정신은 빛이 바랬다.

추격자의 입장에서 한계를 의식하게 된 김종민 감독 대행도 더이상 편하지만은 않게 됐다. 남은 4차례의 경기에서도 편하게 나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대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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