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 신치용 감독과 '30대' 김종민 감독대행 맞대결도 눈길

'지키느냐 빼앗느냐'…삼성화재·대한항공, '3년 연속' 챔프전 격돌

'명장' 신치용 감독과 '30대' 김종민 감독대행 맞대결도 눈길

쉴 새 없이 달려온 남자 프로배구가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챔피언결정전에 돌입한다.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이 정상 문턱에서 만났다.

▲ 삼성화재 선수들 환호 모습.

대한항공은 지난 19일 오후 인천 도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2~2013 V-리그 플레이오프 남자부 2차전 현대캐피탈과의 홈경기에서 3-0(25-20 25-22 25-20) 완승을 거뒀다.

3전2선승제로 열린 플레이오프에서 지난 17일 1차전을 승리로 장식한 대한항공은 연달아 2차전까지 따내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삼성화재의 뒤를 이어 챔피언결정전행을 확정지었다.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은 나란히 3년 연속(2010~2013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이름을 올리며 남자배구의 '2강' 체제를 확고히 했다.

이번 시즌 챔피언결정전은 '올해도'를 바라는 삼성화재와 '올해만큼은'을 외치는 대한항공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3~4년새 '신흥강호'로 떠오르며 삼성화재·현대캐피탈 2강 체제를 깨뜨린 대한항공은 이번 시즌에도 현대캐피탈을 따돌리는데 성공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0~2011시즌 정규리그 우승과 더불어 현대캐피탈과의 플레이오프에서 2시즌 연속(2011~2013시즌)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최강' 삼성화재의 벽은 뛰어넘지 못했다. 지난 2010~2011시즌과 2011~2012시즌 정규리그에서 삼성화재를 상대로 각각 4승1패, 4승2패의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지만 큰 무대에서만큼은 얘기가 달랐다.

대항항공은 삼성화재와 치른 챔피언결정전에서 2시즌 모두 완패했다. 경기 내용은 일방적이었다. 7전4선승제로 열린 2010~2011시즌에는 4연패, 5전3선승제로 치러진 2011~2012시즌에는 1승3패로 무릎을 꿇었다.

삼성화재는 대한항공을 제물 삼아 팀 통산 7번째 그리고 6시즌 연속 챔피언 등극에 도전한다.

▲ 삼성화재 레오.


'괴물 용병' 레오(23)가 대기록 달성에 앞장선다. 이번 시즌 '캐나다산 폭격기' 가빈 슈미트(27)를 대신해 삼성화재의 유니폼을 입은 레오는 초반의 우려를 뒤집고 가빈 이상의 대활약을 펼치고 있다.

파워는 가빈보다 떨어지지만 탄력, 유연성, 정확도면에서는 오히려 레오가 월등한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레오는 59.69%의 공격성공률로 올 시즌 정규리그 공격종합 1위에 올랐다. 득점(867점), 오픈(공격성공률 55.43%), 퀵오픈(공격성공률 75%), 시간차(공격성공률 72.29%), 후위(공격성공률 60.49%) 등 거의 모든 득점 부분을 휩쓸었다.

▲ 삼성화재 박철우.

레오는 가빈과 달리 레프트를 맡고 있다. 덕분에 라이트로 이동한 '토종 거포' 박철우(28)의 공격력도 덩달아 살아났다. 공격종합 3위(공격성골률 51.96%), 오픈 2위(공격성공률 49.85%)를 기록했다.

삼성화재의 공격을 지휘하고 있는 '야전 사령관' 유광우(28)의 토스워크도 여전하다.

세 번째 출사표를 던진 대한항공은 '강서브'와 '높이'를 앞세워 삼성화재 격파에 도전한다.

대한항공은 정규리그 팀 서브 부문 1위(세트당 1.358개)에 올라 있다. 특히 '스파이크서브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는 마틴(개인 서브 부문 1위·세트당 0.564개)은 삼성화재의 경계대상 1호다.

삼성화재의 가장 큰 약점은 '수비'다. 정규리그에서 리시브 6위(세트당 9.281개), 디그 6위(세트당 8.930개), 수비 6위(세트당 18.211개) 등 비득점 전 부문에서 최하위 머물러 있다.

대한항공이 강서브로 삼성화재의 리시브 불안을 제대로 공략할 수만 있다면 유광우의 '명품 토스'는 물론 레오와 박철우의 '불꽃 스파이크'도 제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여기에 하경민, 이영택 등 대한항공 센터진들의 위협적인 블로킹이 몇 차례 터져주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삼성화재를 당황케 할 수 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신치용(58) 삼성화재 감독과 김종민(39) 대한항공 감독대행 간의 '신·구 지도자 대결'도 펼쳐진다.

▲ 삼성화재 신치용감독.
신 감독은 국내 프로 스포츠 사상 최장기간 단일팀을 맡고 있는 지도자다. 지난 1995년부터 변함없이 삼성화재의 사령탑을 맡고 있다. 1997~2004년까지 슈퍼리그 8연패를 달성했고 2005년 프로배구 태동 이후 6차례나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지도자다.

이같은 신 감독에게 30대 김 감독대행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감독대행이 팀을 이끌고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것은 프로배구 출범 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신영철(49) 전 감독의 뒤를 이어 대한항공의 지휘봉을 잡은 지 이제 겨우 두 달 남짓 된 '새내기 지도자'가 젊은 패기를 앞세워 대이변을 꿈꾸고 있다.

두 지도자 간의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다. 신 감독이 선제공격을 날렸다.

그는 지난 15일 열린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 가운데 어느 팀과 맞붙고 싶느냐는 질문에 "지난해와 재작년 대한항공과 챔프전을 했다. 대한항공은 감독이 바뀌었으니 안 바뀐 팀과 하고 싶다. 대행보다는 감독을 이기는 것이 나을 것"이라며 김 감독대행을 자극했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었던 당시에는 말을 아꼈지만 김 감독대행도 보통내기가 아니다.

그는 19일 현대캐피탈을 꺾고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지은 뒤 "(큰 일을 앞두고 있다고 해서)잠을 못자거나 크게 긴장하는 성격은 아니다"며 "아직 삼성화재를 이겨본 적은 없지만 부담 없이 편하게 경기에 임하고 싶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우리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며 삼성화재를 잡아보겠다"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그 어느 때보다 볼거리가 풍성한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이 이제 그 화려한 막을 연다. 5전 3선승제의 챔프전 1차전은 오는 24일 삼성화재의 홈구장인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다.【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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