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V-리그가 13일 9번째 정규리그를 끝냈다.

프로배구 V-리그가 13일 9번째 정규리그를 끝냈다.

▲ 삼성화재 선수들.

남자부에서는 가빈을 떠나보낸 삼성화재가 레오(23)라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해 경쟁자들을 따돌렸고 창단 2년차에 접어든 IBK기업은행이 선배들을 누르고 여자부 사상 첫 정규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남녀 상위 3개 팀이 치르는 포스트시즌은 16일 여자부 GS칼텍스와 현대건설의 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남자부에서는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의 파트너 자리를 두고 격돌한다.

▲올해도 삼성화재, 중심에 선 레오

▲ 삼성화재 레오.
삼성화재는 지난 2월23일 KEPCO전 3-1 승리로 2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6라운드 5경기를 고스란히 남겨두고 2위와의 승점차를 15점 넘게 벌렸다. 5라운드에서 우승팀이 가려진 것은 V-리그 출범 후 처음이다.

삼성화재는 시즌 내내 6패 밖에 당하지 않았는데 이중 3패는 순위가 확정된 6라운드에서 기록한 것이다. 그만큼 완벽한 우승이었다.

사실 개막 전만해도 삼성화재의 독주를 예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세 시즌 간 괴물로 불리며 리그를 평정했던 가빈 슈미트(27·VC 이스크라 오딘트소보)가 러시아 리그로 이적하자 다른 팀들은 쌍수를 들며 반겼다. 모두가 주판알을 튕기며 새로운 판도를 점치고 있을 때, 삼성화재의 외국인 선수 선발 능력이 다시 한 번 위력을 발휘했다.

옥석 고르기 끝에 데려온 레오는 개막전에서 51점을 올리며 돌풍을 예고하더니 시즌 내내 가공할 위력을 뽐냈다. 레오는 득점(867점)과 공격성공률(59.69%), 오픈공격(55.43%), 시간차(72.29%) 등 대부분의 공격 지표에서 1위를 거머쥐었다. 206㎝에 이르는 큰 키에 가공할만한 탄력은 또 다른 가빈과 다름없었다.

▲ 삼성화재 박철우.
레오의 합류는 라이트 박철우(28)까지 춤추게 했다. 삼성화재 이적 3년차인 박철우는 조직력 배구에 적응을 끝내면서 두 번째 공격 옵션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발목 부상에도 시즌 내내 주전 자리를 지킨 세터 유광우(28)와 베테랑 여오현(35), 고희진(33)은 빛나는 조연이었다.

▲러시앤캐시 덕분에 즐거웠다

남자부 포스트시즌 패권 싸움은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 대한항공의 3파전으로 압축됐다. 2006~2007시즌부터 이어져온 3강 체제는 이번에도 끝나지 않았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표현처럼 자칫 무뎌질 수도 있는 순위표에 흥미를 더한 것은 러시앤캐시다. 2008년 우리캐피탈로 창단 당시 수준급 국내 선수들을 모은 러시앤캐시는 ‘승부사’ 김호철(58) 감독을 만나면서 기량을 만개했다.

▲ 드림식스 선수들이 환호하는 모습.

러시앤캐시는 시즌 개막 직전까지도 박희상(41) 전 감독과 선수단의 불화로 표류 직전까지 내몰렸다. 모기업이 없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는 선수들을 더욱 불안에 떨게 했다. ‘꼴찌 후보’로 꼽히던 러시앤캐시는 개막 후 8연패로 기대에 부응(?)했다.

진가는 2라운드 막판에 드러났다. 지난 해 12월12일 당시 라운드 전승을 노리던 현대캐피탈의 발목을 잡은 러시앤캐시는 3라운드 첫 경기에서 대한항공을 3-1로 잡은 뒤 급기야 선두 삼성화재까지 셧아웃 시켰다. 젊은 선수들이 분위기를 타자 걷잡을 수 없었다. 러시앤캐시는 리그 막판까지 2~3위 팀을 압박했다. 비록 1경기를 남겨두고 대한항공에 1-3으로 석패, 첫 포스트시즌행은 무산됐지만 팬들은 악조건을 딛고 선전한 선수단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 우리카드 드림식스 인수 기자회견.

러시앤캐시의 드라마 같은 행보는 새 주인을 찾는 것으로 방점을 찍었다. 우리카드는 55억원(추정치. 서울입성금액 20억원 포함)이라는 거액을 내고 팀을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 2012-2013 V리그 포스트 시즌 미디어데이.

남자부 포스트시즌은 플레이오프부터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6번 만나 3승씩을 나눠 가졌다. 풀세트 승부가 4차례나 될 정도로 두 팀은 만날 때마다 명승부를 연출했다.

▲ 대한항공 김학민.

김학민(30)이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대한항공은 올 시즌 우승이 절실하다. 신영수(31)가 돌아오지만 김학민이 전성기를 구가하는 지금이 정상 등극의 적기인 것은 사실이다.

물론 급하기는 현대캐피탈도 마찬가지다. 주전 선수 대부분이 30대에 접어든 현대캐피탈은 1년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자유계약선수(FA) 대상자가 많은 것 역시 적지 않은 부담이다. 현대캐피탈은 시즌 말미 단장까지 전격 교체하면서 포스트시즌을 준비 중이다.

플레이오프는 3전2선승제로 치러진다. 단기전인 만큼 1차전 승리팀의 진출 확률이 높다. 앞서 3전2선승제 승부에서 1차전 패배팀이 뒤집은 경우는 2007~2008시즌 플레이오프뿐이다. 당시에는 현대캐피탈이 대한항공에 1차전을 내주고 내리 두 경기를 잡아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삼성 우승 이끈 '든든한 가장' 레오

▲ 삼성화재 레오의 부인 스테파니와 아들 이안.
쿠바 국가 대표 출신인 레오는 또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야구를 통해 운동선수의 길을 접했다.

어머니에게 이끌려 배구로 전향한 뒤에는 타고난 운동 신경으로 금세 눈에 띄었다. 그렇다고 레오가 다른 팀 외국인 선수에 비해 잘 알려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명성에서는 오레올 까메호(LIG), 가스파리니(현대캐피탈) 등에게 밀렸다.

▲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

그럼에도 신치용(58) 감독이 레오를 선택한 것은 성장 가능성과 성실성 때문이다. 게다가 레오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절실함을 안고 있었다. 아내와 아들, 여기에 부모님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레오는 엄격하기로 소문난 삼성화재의 조직 문화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가장이라는 책임감은 레오를 한층 성숙한 선수로 만들어줬다. 레오는 "가족은 힘의 원천이다. 운동을 하는 이유도 가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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