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는 여느 때보다 변화가 심했다.

이번 시즌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는 여느 때보다 변화가 심했다. 잘 나가던 왕년의 명가는 몰락했고 창단 2년차 새내기 팀은 리그를 제패했다.

13일 대전과 성남 두 곳에서 동시에 열린 KGC인삼공사-흥국생명전과 도로공사-현대건설전을 끝으로 NH농협 2012~2013 V-리그 여자부 경기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간단히 이번 시즌을 정리하자면 '상전벽해(桑田碧海)' 혹은 '새옹지마(塞翁之馬)'로 표현할 수 있다.

▲IBK기업은행 '돌풍에서 우승으로'

'막내구단' IBK기업은행 알토스는 창단 2년 만에 여자 프로배구 정상에 올랐다. 4대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2년 만에 리그 우승을 맛본 것은 IBK기업은행이 처음이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2일 현대건설전에서 승리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지난 시즌 승점 1점차로 아쉽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한 IBK기업은행은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2011년 8월 창단한 IBK기업은행은 창단 첫 해인 지난 2011~2012시즌에 만만치 않은 기량을 뽐내며 정규리그 4위에 올랐다. 돌풍은 예고됐다.

지난 시즌 3위 현대건설에 승점 1점이 모자라 플레이오프 진출에 고배를 마셨지만 패기를 앞세운 IBK기업은행은 언니팀들을 진땀 흘리게 했다.

2년차에 접어든 IBK기업은행은 이번 시즌에 가능성의 팀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확실한 우승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1라운드만 GS칼텍스에 1위 자리를 내줬을 뿐 2라운드부터 줄곧 선두를 달렸다.

올시즌을 새로 시작할 때만 해도 모든 감독들이 GS칼텍스를 우승 후보로 꼽았다. 2008~2009시즌을 우승으로 이끈 외국인 선수 베띠(26)의 합류 탓이 컸다.

스포트라이트에 살짝 가려진 사이 IBK기업은행은 조용히 잔치 준비를 했다.

지난해 검증을 마친 알레시아 리귤릭(26·우크라이나)을 잔류시키며 전력의 안정을 꾀했다. 신인왕 주인공 박정아(20)와 런던올림픽을 경험하며 성장한 김희진(22)은 탄탄한 공격 삼각편대를 이뤘다.

여기에 트레이드를 통해 베테랑 윤혜숙(30)과 남지연(30)을 끌어모으며 힘에 노련함까지 갖췄다. 레프트 윤혜숙에 베테랑 리베로 남지연까지 합류하며 IBK기업은행은 막강 수비능력을 자랑했다.

알레시아는 오픈공격(1위), 득점(2위), 공격종합(2위), 블로킹(2위) 등 대부분 지표의 상위권을 휩쓸었고 센터와 라이트를 오간 김희진은 속공(1위), 이동공격(2위) 등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알레시아~김희진~박정아 삼각편대가 위용을 발휘한 IBK기업은행은 각종 팀 공격지표도 지배했다. 공격종합(1위·성공률 44.33%), 오픈공격(1위·43.19%), 속공(1위·50.78%), 이동공격(2위·52.82%), 득점(2위·2186점)을 기록하며 다양한 공격을 펼쳤다.

IBK기업은행의 팀명은 '알토스(ALTOS)'다. 알토스는 '옹골차게 알차다'는 뜻의 '알토란'과 '높고 깊다'는 의미의 라틴어 '앨터스(ALTUS)'의 합성어다. '옹골지게 알찬 경기를 펼쳐 승리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신구 조화를 절묘하게 이뤄낸 IBK기업은행은 이번 시즌 팀명대로 알찬 우승을 이끌어냈다. 돌풍에서 우승까지 일구며 V-리그 여자부 신흥 강호로 자리잡았다.

▲KGC인삼공사 '왕가의 몰락'

지난 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통합 챔피언에 올랐던 KGC인삼공사의 올해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화려했던 영광은 자취를 감췄다.

5승25패(승점 15)에 그친 KGC인삼공사는 1년 사이에 일등에서 꼴찌로 추락했다. 역대 최고의 용병으로 분류되던 몬타뇨(30)를 떠나보내며 약체로 평가를 받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은 더욱 비참했다.

새로 영입한 드라간(31)마저 태업논란으로 떠났고 우여곡절 끝에 데려온 외국인 선수 케이티 역시 함량 미달이었다.

팀내 주축인 베테랑 장소연, 김세영과 한유미까지 한꺼번에 은퇴를 선언해 총체적 난국에 빠진 KGC인삼공사였다. 설상가상으로 주전 세터 한수지마저 갑상선암 치료로 시즌 중간까지 나서지 못하는 동안 팀은 망가질대로 망가졌다.

그러는 사이 달갑지 않은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종전 한 시즌 최다였던 15연패 기록을 일찌감치 갈아치웠다. 20연패를 달리던 KGC인삼공사는 99일 만에 최다 연패 기록에서 빠져나왔다.

난 시즌 최하위에 머물었던 GS칼텍스는 순위를 2위까지 올리며 반전했다.

2008년 우승 주역 데라크루즈를 재영입해 가치를 재확인했고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팀에 입단한 이소영은 든든한 화력을 자랑했다. 한송이~정대영으로 이어지는 높이까지 더해지며 더이상 무시할 수 없는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도로공사 '용병만 잘해서 뭐하겠노'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농사에 실패했던 도로공사는 니콜 포셋(27·미국)을 영입해 재미를 보는 듯 했다. 니콜은 적응할 시간도 필요없다는 듯 맹활약했다.

30경기 동안 875점을 쏟아 부은 니콜은 이 부문 1위를 달렸다. 세트당 0.566개의 서브에이스를 꽂아넣으며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공격종합(2위), 오픈공격(2위), 후위공격(3위) 등 각종 공격지표 상위권을 장식했다.

하지만 소속팀 도로공사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해 계속 해서 활약할 기회를 잃었다. 도로공사는 3년 연속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노렸지만 승점 2점이 모자라 고배를 마셨다.【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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