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역전승으로 현대캐피탈과의 천적 관계 청산에 시동을 건 OK저축은행의 김세진 감독이 레프트 공격수 송희채의 부침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OK저축은행은 4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3-2(25-17, 23-25, 21-25, 25-18, 16-14)로 재역전승을 거뒀다.

첫 세트를 여유있게 따낸 OK저축은행은 2세트 들어 급격히 흔들렸다. 서브 리시브를 담당하는 송희채가 난조를 보인 것이 결정적이었다. 출발부터 꼬이자 OK저축은행의 공격 루트는 시몬에 집중됐고 이를 놓치지 않은 현대캐피탈은 2,3세트를 내리 가져가며 상대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 【사진=발리볼코리아 김경수 기자】OK저축은행 송희채, 김세진 감독.2014.01.04.

김세진 감독은 경기 후 "희채가 나를 들었다 놨다 했다"면서 아찔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OK저축은행은 송희채의 개인 응원가로 가수 데이 브레이크의 '들었다 놨다'를 사용 중이다. 송희채가 좋은 플레이를 선보였거나 심한 부진에 빠질 때마다 '들었다 놨다'가 울려 퍼진다.

이를 두고 "나는 정말 그 노래가 너무 듣기 싫다"고 농담을 던진 김세진 감독은 "리시브를 주문하면 계속 엉뚱한 곳에 가 있다. 잘 할 때는 잘 하는데 안 될 때는 계속 헤맨다. 나도 어떤 것이 기준인지를 잘 모르겠다"고 아쉬워했다.

4세트 들어 절치부심한 송희채는 본연의 기량을 되찾으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5세트 10-11에서 문성민의 오픈 공격을 블로킹으로 차단한 것은 이날 희비를 가른 경기의 결정적인 장면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러한 활약도 김세진 감독의 마음을 사로 잡기에는 2% 부족했다. 김세진 감독은 "기본기와 감각은 뛰어난 선수"라며 호평을 하는 듯 하더니 "송명근이와 송희채, 이민규 등 작년 경기대 3인방이 자기 멋대로 플레이를 한다. 다 잡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일침했다.

오히려 김세진 감독은 "주전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을 칭찬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교체로 들어가 감각이 떨어졌을텐데 잘해주는 친구들이 너무 고맙다"면서 강영준과 김천재 등 보이지 않는 선수들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송희채 역시 자신의 부진을 인정하는 눈치였다. 송희채는 "오늘처럼 리시브가 흔들린 적이 없었다. 이기려는 마음이 커서 서두르다보니 안 좋은 리시브가 나왔다. 조금 더 기다렸어야 했는데 마음만 앞섰다"고 자책했다.

이어 송희채는 "3세트에서 (문)성민이형의 서브를 피하지 못하고 맞았다. 공에 맞으니 '내가 이 정도로 못 움직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대 맞은 뒤 정신을 차렸다"고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값진 승점 2점을 추가한 OK저축은행은 2위 자리를 고수하며 창단 첫 플레이오프행의 청신호를 켰다. 김세진 감독은 "이제는 어느 팀도 우리를 만만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라면서 수확을 설명했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다 잡았던 경기를 놓치면서 4연패의 늪에 빠졌다. 5세트 초반 5-1로 앞섰지만 한 방이 없었다.

여전히 5위에 머물러 있는 현대캐피탈(8승12패 승점 28)은 창단 후 첫 봄 배구 진출 실패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위기에 놓였다.

김호철 감독은 "항상 두 세트를 먼저 따내면 4세트 출발이 안 좋다. 또 마지막 세트에서 리드를 하지만 꼭 뒤에서 잡힌다. 이 두 가지를 보완해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발리볼코리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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