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뜨거워지는 순위 경쟁과는 대조적으로 감독들은 말 그대로 '죽을 맛'

배구 코트에 냉기가 흐르고 있다. 연일 뜨거워지는 순위 경쟁과는 대조적으로 감독들은 말 그대로 '죽을 맛'이다.

LIG손해보험은 지난 14일 이경석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3년의 계약기간 중 막 절반이 지난 시점이다.

원인은 성적부진이다. LIG는 지난해 8월 컵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컸다. 구단은 '특급용병' 까메호를 데려오며 이 감독에게 힘을 실어줬다.

시즌 전에는 삼성화재의 독주를 저지할 강력한 대항마로 꼽혔다. 하지만 성적은 투자와 비례하지 않았다. 33경기를 치른 LIG는 15일 현재 승점 35점으로 4위에 머물러 있다. 3위까지 주어지는 플레이오프행 확보는 커녕 5위 러시앤캐시(승점 30)의 추격권에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배구판은 어느 때보다 활발한 감독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6개팀 중 무려 3개팀 감독이 중도에 짐을 쌌다.

첫 스타트는 대한항공이 끊었다. 대한항공은 4라운드에 앞서 신영철 감독을 총감독으로 승격시킨다고 발표했다. 사실상의 경질이다.

신 감독은 2010~2011시즌 팀에 사상 첫 정규리그 우승컵을 안겼고 지난 시즌까지 두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었지만 갈 길 바쁜 대한항공은 더 이상 그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김종민 감독대행 체제로 탈바꿈한 대한항공은 6연승으로 2위 탈환에 성공, 위용을 찾아가고 있다.

최하위 KEPCO도 경질 행렬에 가담했다. KEPCO는 음력설인 지난 10일 경기에서 러시앤캐시에 패하자 신춘삼 감독과 계약을 해지했다. 19연패이자 1승21패라는 최악의 성적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남자부에서 한 시즌 동안 3명의 감독이 퇴진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냉정한 프로세계의 단면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부진의 원인을 감독에게만 전가한다는 지적 또한 적지 않다.

대한항공은 마틴-김학민의 더딘 재활 속도로 애를 먹었다. 신영철 감독은 "3라운드까지는 버텨야 한다. 그 이후 승부를 볼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하지만 그에게 4라운드는 없었다.

이경석 감독은 주포 김요한의 부상 공백과 세터 부재에 시달렸다. 승부조작으로 주전급 선수 4명을 잃은 채 시즌에 돌입했던 신춘삼 감독의 처지는 말할 것도 없다.

칼바람 속에서도 안정권에 있는 이는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과 러시앤캐시 김호철 감독 뿐이다. 후반 들어 하락세에 접어든 현대캐피탈 하종화 감독 또한 자유로운 편이라고 보기 어렵다.

사상 초유의 감독 교체 릴레이가 리그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끌고 있다. 남자부에서 감독대행이 정상을 차지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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