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에서 카자흐스탄과 1차전 중국에게 패해 2연패를 한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16일(금) 일본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 나선다.

한국은 중국, 카자흐스탄전에서 드러났듯이 전력의 차이는 컸다. 특히, 카자흐스탄은 중국전을 통해 한국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 높이를 활용한 잇단 공격으로 한국을 무너트렸다. 이날 최다 득점을 올린 카자흐스탄의 예카테리나(15점)은 한국의 최장신 정호영(189㎝·광주체육중)의 블로킹 위에서 공격을 하였다. 2016 리우올림픽 세계 예선전 멤버가 그대로 출전한 카자흐스탄은 정교한 이동 공격과 속공으로 한국을 무너트렸다.

완패를 지켜본 김철용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 감독은 호통을 치기보다는 오히려 선수단을 다독였다. 경기 후, 선수단을 향해 "어쨌든 우리는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이다. 져도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경기하자."고 한마디만 남겼다. 이어 코칭스태프와 선수단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사랑한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지기 싫어하는 '독사, 김철용감독"에겐 낯선 모습이었다.

◆2016 제5회 AVC컵 여자배구 선수권에서 15일 카자흐스탄과의 경기에서 김철용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모습.2016.09.15.(사진제공=AVC).

김 감독이 부드러운 남자로 변신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훈련 시간에는 호랑이 선생님이다. 그러나 경기 결과를 두고 호통을 치지 않았다. 이유는 현재 대표팀 현실이 반영하고 있다. 이번 대표팀은 대회 6일전에 소집했다. 애초 예비 엔트리 20인을 명단을 구성했지만, 프로팀에서 선수 차출에 반대했다. 올림픽 멤버를 모두 제외하고 예비엔트리를 구성했지만, 프로 구단들은 전지훈련과 KOVO컵을 이유로 차출 불가 방침을 내렸다. 이영(GS칼텍스) 이한비 황현정(흥국생명) 이고은(IBK기업은행)을 선발한 것도 가까스로 이뤄졌다. 4명을 제외하고 모두 중·고등학생 선수로 구성했다.

기존에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전혀 없는 12명이 새판을 짜고 있다. 그런데 일주일도 채 훈련을 하지 못한 상태로 베트남에 입성했다. 이들이 세계 최강 중국이나 카자흐스탄, 일본 국가대표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해달라고 주문하는 것 자체가 욕심이고 무리이다. 냉정하게 말해 현재 대표팀은 '경험 쌓기'라는 명목 하에 어린 선수들을 막다른 골목에 몰아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선수단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리고 있다.

특히, 이영, 이고은, 이한비, 황현정은 시즌 전이라 몸 상태나 경기력이 완벽하지 않았지만, 단시간 고강도 훈련을 통해 몸을 만들었다. 자신들도 처음 나온 시니어 국제대회에서 본인 경기력 신경 쓰기에도 벅차지만, 동생들을 챙기며 팀을 이끌고 있다. 유서연 도수빈(흥국생명) 하효림(도로공사) 등은 프로지명을 받았지만, 아직 고등학교 3학년 신분이다. 정호영이나 김주향(광주체고)는 말할 것도 없다.

국제대회 잔뼈가 굵은 중국 카자흐스탄 선수들 사이에서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경기하는 것만으로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김 감독과 장 코치는 선수단을 나무랄 수 없었다. 김 감독은 "나는 지는 것을 너무 싫어한다. 속이 끓는다." 하면서도 "물론 아쉬운 점은 많지만, 현재 상황에서 여기까지 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훈련 분위기도 좋다. 오히려 생각했던 것보다 잘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코치는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지만, 현재 성적보다는 미래를 봐달라."며 "이번 대회를 경험하고 나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선수들을 잘 육성해서 대표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빈푹(베트남)=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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