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기 그지없는 강스파이크가 터지면 측면공격수들은 관중의 환호를 받는다. 순식간에 경기장의 분위기를 바꿔놓는 블로킹이 성공하면 센터들은 환호를 받는다. 도저히 살려낼 수 없을 것 같은 공을 동물적인 움직임으로 살려내면 리베로들은 환호를 받는다.

세터가 주로 담당하는 토스는 환호를 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배구 ‘연봉킹’은 세터 한선수다. 최근 유광우 세터도 팀 내 최고연봉으로 삼성화재와 계약을 마쳤다. 그만큼 팀의 승리를 위해서 좋은 세터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 【사진=발리볼코리아닷컴 김경수기자】제천산업고 세터 김상윤.<2013-자료사진>.

특히, 압도적인 공격수가 없는 고교배구에서 세터의 역할은 팀 전체의 경기력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준결승에서 진주동명고를 상대로 지친 모습을 보이며 3-0으로 패배했지만, 이번 종별배구선수권대회에서 제천산업고가 보여준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예선에선 전통의 강호 옥천고를 물리쳤고, 8강에서는 지난대회 우승팀이자, 이번 대회에서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받은 송산고를 물리치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선전한 제천산업고의 중심에 2학년 세터 김상윤(189cm)이 있다.

제천산업고는 이렇다 할 대형공격수가 없다. 높이도 팀 내 최장신 선수가 191cm에 불과할 정도로 낮은 편이다. 김상윤은 다양한 공격패턴으로 상대방을 교란시키며 높이의 열세를 상쇄했다. 특히, 시간차 공격의 완성도는 고교팀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 【사진=발리볼코리아닷컴 김경수기자】진주동명고 세터 김지승.<2014-자료사진>.

김상윤이 화려한 토스로 팀을 이끌었다면 제천산업고를 꺾고, 결승에 진출한 진주동명고의 2학년 동갑내기 세터 김지승(184cm)은 안정적인 토스로 팀을 이끌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김지승은 김상윤만큼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것은 아니다.

진주동명고는 제천산업고와는 다르게 김인혁 (3학년 190cm)이라는 확실한 득점원이 존재한다.
센터진의 높이도 막강하다. 그만큼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화려한 토스플레이를 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김지승이 팀에 기여한 부분이 김상윤보다 못하다고 하긴 힘들다. 김상윤이 다른 건 "내가 못할게 없다고 생각하지만, 토스의 구질은 지승이가 더 좋은 것 같다" 고 말할 정도로 김지승은 공격수가 치기 좋은 공을 올려준다.

▲ 【사진=발리볼코리아닷컴 김경수기자】진주동명고 세터 김지승(왼쪽)과 제천산업고 세터 김상윤(오른쪽).<2014-자료사진>.

이제 고작 고교 2학년인 서로 다른 스타일의 두 세터가 앞으로 어떻게 팀의 승리를 ‘세트’ 해 낼지 지켜보는 것도 배구팬들에겐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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