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남자배구 강미선 감독 “안 풀릴땐 선수들과 술로 소통”

<출처 - 경향신문 기사원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7271801135&code=980300

<태안 | 김창영 기자 bodang@kyunghyang.com>

남자배구 강미선 감독 “안 풀릴땐 선수들과 술로 소통”


용인시청 강미선 감독(왼쪽), 이현정(오른쪽) 선수. (사진=스포츠포커스)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쁘지만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해야죠.”
용인시청 배구단의 강미선 감독(40). 프로배구 인기에 가린 실업팀 지도자라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남자배구단을 맡고 있는 국내 최초의 여성 감독이다.
남자팀뿐만 아니라 용인시청 여자배구단도 함께 이끌고 있다.
남녀팀을 모두 지도한다고 해서 예산이 부족한 실업팀이 그에게 임시로 벤치를 맡긴 걸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27일 태안 몽산포 해수욕장에서 열린 태안군·유러피안리조트배 2010 세계비치발리볼 대회에서 만난 강 감독은 “섬세한 여자배구와 선이 굵은 남자배구가 다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못할 것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쉽지 않다는 남녀 배구팀 창단을 동시에 주도하고, 용인시 배구협회 전무이사까지 맡고 있는 강 감독은 이미 ‘남자의 벽’을 넘은 듯 보였다.
강 감독은 세화여중·고를 거쳐 흥국생명(1990~2000년)에서 11년간 뛰었다. 95년부터 3년간 국가대표 세터로 활약하면서 98 방콕아시안게임 은메달을 일구기도 했다.
은퇴 후 육아와 방콕아시안게임 커플인 남편(조준현 용인시청 조정감독) 내조를 위해 배구판을 잠시 떠났던 강 감독은 올 초 용인시청 배구팀을 창단하며 지도자로 복귀했다. 그의 열정을 지켜본 김학규 용인시장이 전권을 부여했고, 강 감독의 지도 아래 용인시청은 지난 5월 도민체전에서 남자는 우승, 여자는 3위라는 좋은 성적을 올렸다. 최근 열린 실업배구연맹전에서는 남녀팀 모두 준우승을 차지했다.
창단팀의 초반 돌풍은 훈련과 선수 선발 등을 모두 꼼꼼히 챙기는 강 감독의 승부근성에서 비롯됐다.
오전과 오후로 나눠 여자팀(명지대), 남자팀(경희대) 훈련장을 오가며 강도높은 훈련을 직접 지휘한다.
선수들도 “여자 감독이라고 만만하게 봤는데 정말 지독하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강 감독은 “여자팀에서는 재능이 있지만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한 선수를 잘 가르쳐 프로에 보내는 게 목표고, 남자팀을 통해서는 프로가 배구의 전부가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선수들과 소통이 필요할 때는 솔직히 터놓고 대화를 한다.
“잘 안 풀릴 때는 남자선수들과 화끈하게 술 한잔 하면서 이런 게 여자들과 다르구나 하는 점을 느낀다”고 말했다.
여자팀 주장 이현정(24)을 과감하게 비치발리볼 선수로 데뷔시켜 1호 국가대표가 되도록 지원한 강 감독은 “전국체전에서 우승목표를 달성하면 인정 좀 받을까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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