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도로공사전에서 0-3으로 완패했던 IBK기업은행은 없었다.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난 IBK기업은행은 현대건설을 가볍게 제압했다.

이정철 감독(54)이 이끈 IBK기업은행은 12일 오후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3~2014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3-0(25-17, 25-20, 26-24)의 완승을 챙겼다.

▲ 【수원=발리볼코리아 김경수기자】12일 경기도 수원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13-2014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 vs IBK기업은행 수원경기에서 IBK기업은행 이정철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2014.01.12.

도로공사에 0-3 완패라는 쓴 약을 먹은 IBK기업은행 선수들은 1세트부터 빈틈이 없었다. 몸을 날리는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 결과가 숫자로 나타났다. IBK기업은행은 범실 1개 없이 1세트를 25-17로 완벽히 제압했다.

비밀은 이정철 감독의 '밀당(밀고 당기기)'에 있었다.

지난 도로공사전에서 맥없이 무너진 이정철 감독은 자장면을 시켜 먹으면서까지 강훈련을 계획했다. 하지만 반대로 이튿날 오전까지 휴식을 보장했다.

속이 상해 경기 당일 선수단 식사자리도 취소 시켰던 그였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훈련 대신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묘안을 생각해 냈다. 다름 아닌 휴일 보장이었다.

매년 미디어데이 때마다 우승시 요구조건으로 휴일을 원할 정도로 나올 정도로 선수들은 휴일에 목 말라 있다. 이 감독은 그 점을 활용했다.

이날을 끝으로 3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마친 IBK기업은행은 올스타 브레이크 지나고 22일에야 4라운드 경기를 시작한다. 이 감독은 이날 경기 결과에 따라 받을 수 있는 휴일 수가 달라질 수 있다고 운을 뗐고 작전은 주효했다.

그는 "작년의 경우, 이맘때 짧게나마 휴일을 주면 아무리 집이 멀어도 다들 내려갔었다. 선수들은 구정 때도 집에 못 가니 휴일을 매우 챙긴다. 그런 부분이 선수들을 자극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소 치사해 보이긴 해도 선수들을 자극 시켜서 경기에 임하는 태도나 마인드를 바꿀 수 있다면 어쩔 수 없다. 목표 의식을 갖고 조금 더 경기를 집중하게 만드는 요소들이다"고 덧붙였다.

▲ 【사진=발리볼코리아 김경수기자】프로배구 2013-2014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 이정철감독.

이 감독은 이러한 전략을 '감수성'이라 표현했다. 그는 "여자 선수들은 감수성을 자극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날도 부모님에게 경기장에 오라고 해서 끝나고 같이 집에 내려 가라고 했다"고 전했다.

"경기 내용이 안 좋으면 부모님 앞에서 마음이 편하겠는가" 반문하는 그에게서 선수를 다룰 줄 아는 내공을 확인할 수 있었다.【수원=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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