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상(祖夫喪) 뿌리친 곽승석(25·대한항공)의 승리에 대한 집념 덕에 대한항공이 환하게 웃었다.

▲ 【대전=발리볼코리아 김경수기자】25일 대전시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13-2014 V리그 남자부 삼성화재 vs 대한항공 대전경기에서 대한항공 곽승석이 환호하고 있다. 2013.12.25.

대한항공은 25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NH농협 2013~2014 V-리그 남자부 삼성화재와의 3라운드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25-22, 25-21, 29-27) 완승을 챙겼다.

5연패에 빠져 프로 출범 후 팀 최다 연패 멍에를 안고 출발한 대한항공은 경기 시작 전부터 투지가 남달랐다. 벼랑 끝에 몰렸던 김종민 감독은 선수들에게 화합을 주문했고 선수들이 화답했다.

승패를 떠나 즐기자는 감독의 말은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곽승석은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상황도 뿌리치고 자진해서 출전을 결정했다.

경기 후 김종민 감독은 "사실 (곽)승석이 할아버지가 어제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에 다녀오라고 했는데 본인이 경기를 뛰고 내려가겠다고 의지를 보였다"며 강한 정신력을 대견해 했다.

수비형 레프트인 곽승석은 이날 11득점으로 제 몫을 충분히 했다. 브로킹 2개를 포함해 팀 내에서 세 번째로 많은 득점을 했다. 외국인 선수 마이클이 25득점으로 공격에 앞장섰고 토종 거포 신영수가 17점을 지원했다.

리시브의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레프트 자리에서 11득점을 했다는 것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 상대의 서브가 자신에게 집중되는 것을 이겨내고 공격을 하기란 쉽지가 않다.

이날도 삼성화재의 서브는 리베로 최부식을 제치고 곽승석을 향했다. 곽승석은 팀내에서 가장 많은 35개의 서브를 받아 22개를 정확히 공격으로 연결했다. 성공률은 63%에 육박했다.

김 감독은 "조부상까지 마다한 곽승석에게 특히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승리의 또 다른 숨은 주역은 신영수다. 신영수는 29%의 공격점유율을 가져가면서 17점을 올렸다. 마이클에게 공격이 쏠릴 경우 자칫 잡힐 수 있는 위험이 있었지만 고비마다 신영수가 공격을 매듭지며 해결사 역할을 했다.

경기당 평균 15점 이상씩은 내줘야 팀이 제대로 돌아간다던 김 감독의 평소 주문 이상을 해줬다.

대한항공이 삼성화재를 꺾은 것은 지난해 4월11일 2011~2012시즌 챔피언결정 3차전(3-1 승) 이후 12경기 만이다. 2012~2013시즌은 정규리그 6경기와 챔피언결정전 3경기를 포함해 9경기 모두 패했다.

삼성화재를 만나면 이기는 것보다 지는데 익숙했던 대한항공을 응원하기 위해 이날 군복무 중인 김학민도 경기장을 찾았다.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경기장 한 구석에서 조용히 팀을 응원했다.

김 감독은 "어제 (김)학민이와 통화를 했다. 자신이 경기장을 찾으면 팀이 꼭 이긴다고 하기에 만날 오라고 했는데 그 덕분에 이긴 것도 같다"며 웃어 보였다.

코트 안에서 선수들이 하나가 되고 코트를 떠났던 선수도 응원차 직접 경기장을 찾자 대한항공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선수들이 화합하자 경기전 납빛이었던 김 감독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질 수 있었다.

경기 전 범실싸움에서 지면 안된다고 강조했던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의 표정에는 그늘이 졌다. 신 감독은 "범실을 안 해도 될 부분에서 계속 실수를 해 점수를 주니 답이 없었다. 정신 강화를 시키는 수밖에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대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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