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의 드라마 같은 역전승에는 전천후 백업 안준찬(27)이 버티고 있었다.
17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한국전력과 만난 우리카드는 초반 두 세트를 내줘 패배 위기에 몰렸다. 기분 좋게 2라운드를 마치려던 우리카드의 계획에도 제동이 걸리는 듯 했다.
벼랑 끝에 몰린 우리카드를 구한 이는 안준찬이었다. 강만수 감독은 자신감 없는 공격으로 일관하던 루니 대신 안준찬을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안준찬은 강 감독의 믿음에 보란듯이 부응했다. 3세트 12-11에서 오픈 공격으로 화끈하게 몸을 푼 안준찬은 고비마다 득점을 뽑아내며 우리카드의 숨통을 트여줬다.
안준찬은 24-22에서 깔끔한 오픈 공격을 꽂아 넣으며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주요 임무였던 서브 리시브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4세트가 압권이었다. 안준찬은 혼자서 8점을 몰아내며 공격을 주도했다. 성공률은 무려 88.89%나 됐다. 안준찬의 분전에 힘을 얻은 동료들은 초반과는 달라진 경기력으로 세트스코어 2-2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5세트에서도 5차례 공격 시도 중 4차례를 성공시킨 안준찬의 활약 속에 우리카드는 세트스코어 3-2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안준찬은 이날 팀 내 최다인 19점을 올렸다. 올 시즌 들어 가장 좋은 경기력이었다.
경기 후 안준찬은 "초반에 우왕좌왕 했는데 마지막에 경기를 잘 풀어 기쁘다. 교체로 들어가면 주로 리시브를 담당하고 (최)홍석이나 (김)정환이가 공격을 담당할 수 있게 수비에 집중하는데 오늘은 운이 좋았다. 생각대로 공격 코스를 가져간 것이 적중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웜업존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일이 많은 안준찬은 끊임없는 마인드 컨트롤이 선전에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안준찬은 "루니나 홍석이, 정환이 중 몸이 안 좋은 선수들을 보면 '이 자리에 투입되면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다"면서 "스타팅으로 뛰고 싶지만 불만은 없다. 투입됐을 때 내 것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라운드를 마친 우리카드는 9승3패(승점 23)로 1위 삼성화재(10승2패·승점 29)에 이은 2위를 달리고 있다. 지금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첫 포스트시즌 진출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
"순위표를 보면 우리 팀이 위에 있어서 '이렇게 나가도 되나'라는 생각도 든다"고 웃은 안준찬은 "기록지를 자세히 보면 특별히 뒤지는 것도 없다. 서로 잘 맞춰가니 성적이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예전에는 무릎이 좋지 않아 리시브 자세가 불안했는데 시즌이 끝나고 재활을 해서 자연스럽게 리시브를 할 수 있다. 몸상태는 프로에 온 이후 가장 좋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어렵게 승리를 챙긴 강 감독은 "첫 세트에서 이길 수 있던 것을 놓치는 바람에 .상대편의 사기가 살아서 고전했다. 루니가 별로 안 좋아 안준찬으로 교체한 것이 주효했다"고 칭찬했다. 【수원=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