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감독이 친정팀 대한항공을 울렸다. 경기 후 신 감독은 "꼭 한 번은 이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 【수원=발리볼코리아 김경수기자】한국전력 신영철감독.2013.11.30.

한국전력은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3~2014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3-0(25-21, 25-22, 32-30) 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는 대한항공 전현직 사령탑들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신 감독은 2012~2013시즌이 한창이던 지난 1월 대한항공 총감독으로 승격됐다. 사실상의 경질 통보였다.

2009~2010시즌 중반 대한항공 지휘봉을 잡은 신 감독은 2010~2011시즌 정규시즌 우승과 2010~2011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시즌을 마치지도 못한 채 쓸쓸히 팀을 떠났다.

신 감독은 경질 3개월 만인 지난 4월 한국전력의 부름을 받고 현장에 복귀했다. 올 시즌 1라운드에서 2-3으로 역전패했던 신 감독은 대한항공의 새 체육관에서 배구사에 길이 남은 승리를 이끌었다.

신 감독은 "팀을 중간에 나왔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대한항공을 꼭 한 번 이기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번(1라운드) 좋은 기회가 왔는데 못 이겨서 기회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줄 알았다. 선수들이 정말 잘해줘서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전력이 대한항공에 3-0 승리를 거둔 것은 2005년 프로 출범 후 처음이다. 한국전력 임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신 감독에게 다가가 축하 인사를 건네느라 바빴다.

"나도 몰랐다"며 미소를 지은 신 감독은 "사장님이 열의를 갖고 지원해주려고 한다. 우리 선수들의 성적이 좋으면 구단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것 같다"며 웃었다.

▲ 【인천=발리볼코리아 김경수기자】3일 인천 계양경기장에서 열린 프로배구 2013-2014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 vs 한국전력 인천경기에서 한국전력 신영철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13.12.3.

신 감독은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보여준 모든 선수들에게 승리의 공을 돌렸다. 한국전력 선수들은 부진으로 빠진 밀로스의 공백을 훌륭히 메우며 구단 역사를 새롭게 썼다. 신 감독은 "골고루 맡은 역할을 잘해줬다. 용병이 없어도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단합이 잘 돼 평소 훈련했던 것이 오늘 경기에 나온 것 같다"고 칭찬했다.

찜찜한 구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옛 제자들과 후배 김종민 감독을 울린 것에 대한 미안함을 모두 지우기란 쉽지 않았다. 신 감독은 "승부의 세계인지라 나도 이겨야 했지만 마음이 조금 안 좋다.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든다"면서 복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대한항공 김종민 감독은 "연습할 때 지켜보면 선수들이 굉장히 좋다. 연습할 때처럼만 해주면 괜찮은 성적이 나올 것 같은데 시합만 들어가면 잘 안된다"며 "(황)동일이가 안에서 살림을 꾸려 나가야 하는데 잘 안 된다. 본인 스스로 자신감을 찾아야 한다. 지금처럼 하면 상당히 어려운 시즌이 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천=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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