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터 부재로 시름하던 흥국생명에 조송화(20)라는 히든카드가 등장했다.

▲ 【수원=발리볼코리아 김경수기자】21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13-2014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 vs 흥국생명 수원경기 5세트에서 흥국생염 조송화가 현대건설 공격을 블로킹 시키면서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하자 환호하고 있다.2013.11.21.

지난해까지 흥국생명은 세터 고민과는 거리가 먼 팀이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대표팀 주장을 역임했던 김사니의 존재로 세터 포지션만큼은 다른 팀들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한 김사니가 아제르바이잔행을 선택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흥국생명은 시즌 초반 조송화-우주리 체제가 신통치 않자 실업팀에서 뛰던 이미현까지 긴급 수혈해 자원을 보강했다.

이중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이가 조송화다. 초반 불안한 토스로 류화석 감독의 애를 태웠던 조송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눈에 띄는 성장 곡선을 그리면서 주전 세터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21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전은 조송화의 잠재력이 제대로 드러난 한 판이었다. 5세트 내내 선발 세터로 투입된 조송화는 안정된 토스로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 【수원=발리볼코리아 김경수기자】21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13-2014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 vs 흥국생명 수원경기 5세트에서 흥국생염 조송화가 현대건설 공격을 블로킹 시키면서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하자 환호하고 있다.2013.11.21.

조송화의 손을 떠난 토스 중 60차례가 득점으로 연결됐다. 세트당 12점에 이르는 높은 수치다. 조송화는 바실레바에게 의존하지 않고 국내 선수들의 고루 활용하는 토스워크로 현대건설 수비진을 현혹시켰다. 서브에이스 5개는 덤이었다.

조송화의 변신에는 류화석 감독의 남모를 노력이 있었다. 경기 전 라커룸에서 조송화와 5분 가량 이야기를 나눴다는 류 감독은 "마음대로, 철판 깔고 하라고 했다. 실수를 하더라도 선배나 스태프들의 눈치를 보지 말고 하던 대로 하라고 주문했다. 달래준 것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던 배경인 것 같다"고 말했다.

류 감독의 '조송화 기살리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류 감독은 "GS칼텍스전이 끝난 뒤 정신 교육을 좀 시켰다. 왜 경기에서 패했고 오늘 경기를 어떻게 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답을 받았다. 지금 메모해서 가지고 있다"고 웃었다.

류 감독이 자리를 뜬 뒤 인터뷰실에 들어선 조송화는 류 감독에 대해 "좋게 이야기 하시다가도 한 번씩 버럭 하실 때가 있다. 조금 많이 무섭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김사니에게 가려져있다 이제 막 빛을 보기 시작한 조송화는 "언니가 너무 잘해서 나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다"면서 "그래도 언니들에게 조심스럽게 할 말을 다 한다"고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 【수원=발리볼코리아 김경수기자】21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13-2014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 vs 흥국생명 수원경기에서 흥국생명 주예나와 조송화가 공격성공시키고 기뻐하고 있다.2013.11.21.

현재 조송화는 오른쪽 어깨가 좋지 않다. 물혹이 생긴 탓에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받을 정도다.

하지만 어렵게 잡은 기회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조송화는 "지금은 연습을 많이 못하고 있는데 빨리 부상을 털고 공격수들과 좀 더 훈련을 하고 싶다"면서 "인정받는 세터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수원=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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