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공격수와 세터의 공백 때문에 우려 섞인 시선을 받았던 대한항공이 3연승을 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부담감을 떨쳐낸 황동일(27)과 책임감을 앞세운 외국인 선수 산체스(27)가 있다.

▲ 대한항공 마이클과 황동일.【인천=발리볼코리아 김경수기자】

대한항공은 13일 오후 7시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NH농협 2013~2014 V-리그 남자부 LIG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3-0(25-22, 27-25, 25-16)으로 완승했다.

대한항공의 외국인 선수 마이클 산체스는 주무기인 서브에이스 3개를 포함해 26점을 올렸다. 경기당 평균득점(32.33점)보다 조금 떨어지지만 승리를 챙기기에는 충분했다.

주전 세터로 자리매김 중인 황동일은 이날 50개의 토스를 시도해 29개를 정확히 배달했다. 66개를 시도해 34개를 성공시킨 지난 10일 현대캐피탈전(3-1 승)에 비해 정확도 면에서 조금 나아졌다. 블로킹과 서브에이스 각 1개씩을 포함해 3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주포' 김학민을 군 입대로 떠나보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주전 세터 한선수를 갑작스럽게 군대로 보내며 주전 공격수와 세터를 모두 잃었다.

김학민의 빈 자리는 전역한 신영수가 메웠지만 세터 자리만큼은 달랐다. 황동일은 한선수에 비교해 무게감이 떨어졌다. 주변에서는 이런 대한항공을 걱정했다. 3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던 예전과는 사뭇 다를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황동일은 나날이 발전된 모습으로 팀에 안정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 대한항공 김종민감독.【인천=발리볼코리아 김경수기자】

김종민 감독은 "지난번(현대캐피탈전)에 50점을 줬다면, 오늘은 60점"이라며 박한 점수를 매겼지만 점차 좋아지리라는 믿음 만큼은 내려놓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보면 황동일이 조금 올라왔다. 이기고 있을 때 안 하던 플레이를 한다든가 하는 점은 스스로 고쳐야 할 부분인 것 같다. 게임을 하면서 좋아질 것이다."

김 감독 스스로 밝히는 3연승 이유에도 황동일이 포함돼 있다.

김 감독은 "김학민이가 빠지고 신영수가 들어와서 분명히 차이는 있다. 학민이는 한선수 세터와 잘 맞고 신영수는 황동일 세터와 잘 맞는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 안 했던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체스는 나쁜 토스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좋다. 황동일이 올려주는 공이 리듬이 안 맞는 데 그것을 때려낼 정도면 훌륭한 선수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평가했다.

황동일은 "초반에는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3연승 통해 자신감을 찾고 있는 과정이다. 이제는 부담감을 즐겨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남은 게임도 부담을 더 떨치고 자신감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대로 산체스는 책임감을 말했다. 공격의존률이 유난히 높은 한국 배구에 어려움을 느낀다면서도 앞에 내세운 것이 책임감이다.

"사실 한국 배구에 대해서 초반에 어려움을 느꼈다. V-리그는 유일할 정도로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자연스레 내가 가장 많은 책임을 져야 하는 측면에서 심리적 부담이 있었다. 아직까지 어렵다. 하지만 다른 리그에 비해 더 많은 책임감을 갖고 있다."

황동일은 부담감을 자신감으로 바꿨고 산체스는 책임감으로 이겨내고 있다. 이들을 쌍발엔진 삼아 대한항공은 비상하고 있다. 【인천=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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