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구에서 외국인 선수의 맞대결은 언제나 복학생과 신입생의 구도였다. 누군가 먼저 자리를 잡고 왕자 자리를 굳힌 상태에서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선수가 패권을 다퉜다.

지난해에는 '쿠바 특급' 레오(23·삼성화재)가 신입생의 신분으로 외국인 선수 정상의 자리에 섰고 올 시즌에는 '최고의 별' 타이틀 수성에 나선다.

▲ 2013-2014 v리그 남자부 미디어 데이에서 삼성화재 레오와 현대캐피탈 아가메즈의 모습.【서울=발리볼코리아 김경수기자】

2일 막을 올리는 2013~2014시즌 NH농협 V-리그에는 신생팀 러시앤캐시를 포함해 총 7명의 외국인 선수가 코트에 선다. 삼성화재 레오를 제외한 6개 팀의 외국인 선수가 모두 바뀐 채 화력점검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우리카드의 숀 루니(31·미국)와 한국전력의 밀로스 쿨라피치(27·몬테네그로)는 이번이 한국 무대가 처음은 아니다. 루니와 쿨라피치는 2005~2007시즌과 2010~2011시즌 각각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에서 한 차례 검증을 마친 바 있다.

현대캐피탈의 리버맨 아가메즈(27·콜롬비아), 대한항공 마이클 산체스(27·미국), LIG손해보험 토마스 패트릭 에드가(24·호주), 러시앤캐시 아르파드 바로티(22·헝가리)는 V-리그 신입생에 해당한다.

여자부에서는 2명을 제외한 4명이 새 얼굴로 채워졌다. 지난해 우승 문턱에서 주저 앉았던 GS칼텍스는 베띠(27·도미니카공화국)와 함께 '1년 더'를 외쳤다. 도로공사도 지난해 득점왕에 오른 니콜 포셋(27·미국)을 잔류시켰다.

지난해 정상을 함께 일군 알레시아 리귤릭을 떠나 보낸 IBK기업은행은 흥국생명에서 우승을 경험한 카리나 오카시오(28·푸에르토리코)을 새롭게 맞아 2년 연속 정상을 노린다.

현대건설은 바샤(27·터키), 흥국생명은 엘리사 바실레바(23·불가리아), KGC인삼공사는 조이스(29·브라질)를 영입해 새 시즌 채비를 마쳤다.

단순히 요약해 받고 때리고 올리는 한국배구의 토양에서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20점 고지에서 승부를 가를 '한 방'은 대부분 외국인 선수 몫으로 돌아간다. 1년 농사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시즌 레오를 영입한 삼성화재는 잘 지은 외국인 농사 덕에 웃었다. 레오는 삼성화재의 외국인 선수 성공신화 계보를 이으며 팀의 일곱 번째 우승을 일궜다.

'괴물' 가빈을 떠나보낸 삼성화재가 처음 레오를 소개할 당시만 해도 모두가 갸우뚱했지만 보란듯이 성공해 '한국형 용병'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냈다.

206cm의 신장에 70kg대 체중에서 나오는 파워를 의심했지만 고무공 같은 탄력과 한 박자 빠른 타점을 앞세워 V-리그를 정복했다. 무엇보다 탁월한 인성과 책임감으로 타 구단으로부터 시샘을 한 몸에 받았다.

레오는 정규리그에서 867득점을 쏟아 부으며 득점 1위에 올랐고 59.7%의 공격성공률로 공격종합 1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오픈(55.43%)·퀵오픈(75%)·시간차(72.29%)·후위(60.49%) 등 모든 공격지표에서 1위를 휩쓸었다.

모든 구단이 '레오 대항마' 찾기에 고심하며 옥석을 골라 외국인 선수 영입을 마쳤다.

가장 눈에 띄는 구단은 현대캐피탈이다. 5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 탈환을 꿈꾸고 있는 현대캐피탈은 '세계 3대 공격수'라고 불리는 아가메즈를 영입해 '타도 레오'를 외치고 있다.

콜롬비아 국가대표 출신 아가메즈는 207cm의 신장에 96kg을 유지하고 있다. 스파이크 높이 365㎝에 블로킹 높이는 346㎝에 달한다.

유럽 챔피언스리그(CEV)에서 최근 2년 연속 득점왕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에는 세계 3대 리그로 꼽히는 터키리그(아르카스 이즈미르)에서 소속팀 우승과 개인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아가메즈는 부상으로 재활 중인 문성민의 공백을 메워 현대캐피탈의 공격을 책임진다. 친정으로 돌아온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의 우승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우승에 목마른 대한항공은 쿠바 국가대표 출신 산체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쿠바 태생으로 러시아 국적을 보유한 산체스는 206㎝의 키에 360㎝에 달하는 공격 타점을 갖춘 대형 라이트다. 블로킹은 물론 경기당 평균 5~6개의 서브에이스를 기록할 정도의 강한 서브 능력까지 보유했다.

마틴의 뒤를 이어 서브가 강한 대한항공의 팀 컬러에 맞는 맞춤형 공격수다.

2009년 쿠바대표팀에 발탁된 산체스는 그해 쿠바를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4위에 올려놓는데 힘을 보탰다. 같은 해 북중미 국가대항전인 노르세카챔피언십에 쿠바 대표로 출전해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지난해 이름값에 기댔다가 외국인 선수 영입에 한 차례 실패를 맛봤던 LIG손해보험은 에드가를 영입해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2008년부터 프로 생활을 시작한 에드가는 스웨덴과 폴란드 리그 등을 거치며 경험을 쌓았고 지난해에는 이탈리아 1부 리그 페루자에서 활약했다.

우리카드는 2005~2006시즌 현대캐피탈에서 우승을 함께 경험한 루니를 데려오며 4강 진입의 초석으로 삼겠다는 복안을 세우고 있다.

한국전력은 급하게 영입했던 산체스를 돌려보내는 대신 이미 한국 무대를 경험한 쿨라피치를 낙점해 안정을 택했다.

여자부에서는 남자부와 달리 뚜렷한 강자가 없는 가운데 GS칼텍스의 베띠에게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2008~2009시즌 GS칼텍스에 우승을 선물한 베띠는 지난 시즌 친정팀으로 돌아왔지만 IBK기업은행의 알레시아에게 밀려 조연에 그쳤다. GS칼텍스는 우승 재현을 위해 잔류를 택한 베띠의 활약에 기대를 갖고 있다.

지난 시즌 도로공사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니콜과 흥국생명에서 IBK기업은행으로 유니폼을 갈아입고 3년 만에 한국 무대에 복귀한 카리나 역시 관전 포인트다.【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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