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시절을 함께 보냈던 강만수(우리카드)·신치용(삼성화재)·김호철(현대캐피탈·이상 58)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한 무대에서 다시 만났다.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고 있기에 '동갑내기 3인방'의 설전은 더욱 뜨거웠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8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 3층 베르사유홀에서 NH농협 2013~2014 V-리그 남자부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신생팀 러시앤캐시의 합류로 '7개 구단 시대'가 열린 가운데 각 팀 감독들의 팽팽한 신경전이 오고 갔다.
특히 올 시즌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는 우리카드-삼성화재-현대캐피탈의 사령탑들은 상대를 향해 직접적인 견제에 나섰다.
포문은 신 감독이 열었다.
신 감독은 "올 시즌은 1강2중4약 체제다. 현대캐피탈은 자타가 공인하는 1강이고 대한항공과 우리카드가 2강 그리고 삼성화재를 포함한 4개 팀은 4약이다"며 "시즌 시작 직전인 지금도 내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 전력분석을 해보면 그렇게 나온다"고 말했다.
프로배구 출범 이후 9시즌을 거치는 동안 7차례나 우승을 차지한 신 감독이 '엄살'을 부리자 김 감독도 곧바로 응수에 나섰다.
김 감독은 "신 감독의 엄살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우리를 1강으로 지목해줘 고맙기는 하지만 우리는 에이스인 문성민이 리그에 참가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큰 부담을 안고 시즌을 치러야 한다"며 "현재 대한항공·삼성화재·우리카드 등의 전력도 우리와 거의 비슷하다고 본다. 우리는 1강이 아니다. 피 튀기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신 감독·김 감독과 동갑이지만 입학이 한 해 빨라 선배 대접을 받고 있는 강 감독도 이들의 설전에 참여했다.
강 감독은 "동갑내기인 우리 3명을 라이벌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는 앞쪽 테이블에 앉은 4팀(대한항공-삼성화재-LIG손해보험-현대캐피탈)이 진정한 4강이다"며 "뒷줄에 앉은 우리카드는 약팀이다. 나는 두 동갑내기 감독 사이에서 그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톱을 숨겼다.
명감독들의 '전력 숨기기'는 계속 됐다.
신 감독은 "현대캐피탈과 우리카드는 모두 1강 2중에 들어가는 팀이다. 내가 무엇을 욕심내겠나. 올해는 많이 어려울 것 같다"며 더욱 고개를 숙였다.
김 감독은 "강 감독님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공격수였고 지금은 명감독이시다. 신 감독 역시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 최고의 감독이다"며 "둘 다 내가 상대하기 어려운 감독들이다. 리그에서 만나게 된다면 서로 더욱 이기고 싶어할 것 같다"고 전했다.
미디어데이 내내 약한 모습만 보이던 이들도 마지막에는 속내를 드러냈다. 모든 기자회견이 끝나고 단체사진 촬영이 시작되자 사회자는 "올 시즌 목표 순위를 손으로 나타내 달라"고 요청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기 시작하자 강 감독과 김 감독은 나란히 엄지를 들어 올렸고 신 감독은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었다. 2등을 희망한다기보다는 우승을 뜻하는 'V'에 가까워 보였다.
동갑내기 3인방은 모두 서로의 손을 확인했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였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