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를 가슴에 품은 남자 프로배구 각 팀 감독들이 V-리그 개막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말 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8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 3층 베르사유홀에서 NH농협 2013~2014 V-리그 남자부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지난 시즌 6개 구단 체제로 운영됐던 남자 프로배구가 신생팀 러시앤캐시의 합류로 2년 만에 '7개 구단 시대'를 맞았다.

팀이 늘어난 만큼 볼거리도 풍성해졌다.

지난 시즌 폐지됐던 남자부 준플레이오프가 부활했다. 올 시즌 남자부 정규리그 3·4위 간 최종 승점 차가 3점 이내일 경우 3위팀 홈구장에서 단판제 준플레이오프가 실시된다. 정규리그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싸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각 선수 출전 금지·선수 운동화 규제 등 기존 규정들이 대폭 완화되면서 대회 운영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남자부 7개 팀은 앞으로 5개월 동안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1~5라운드(105경기) 경기를 치른다. 대장정의 막이 올랐다.

배구의 계절이 왔음을 알리는 '미디어데이'였지만 이날 현장에 참석한 각 팀 감독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행사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디펜딩 챔피언'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은 "새 시즌을 맞이하는 것은 언제나 두렵다"며 "우리는 올해도 팬들이나 상대팀을 존중하면서 정정당당한 경기를 펼칠 것이다. 삼성화재만의 팀워크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3시즌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던 대한항공은 올 시즌을 앞두고 출혈이 컸다. 팀의 간판인 김학민과 한선수(11월 입대 예정)가 모두 군에 입대한다. 하지만 김종민 감독은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 감독은 "주전 세터인 한선수와 공격수 김학민이 빠지며 고민이 많지만 그 자리를 황동일과 신영수와 메울 것이다.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예전과는 달라진 대한항공의 모습을 보여주겠다. 한 번 지켜봐 달라"며 "이기고도 비판받는 경기가 있고 지고도 박수 받는 경기가 있다. 승리가 첫 번째 목표이기는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용면에서 박수 받는 경기를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친정팀 현대캐피탈로 돌아온 김호철 감독은 "우리팀은 모든 게 늘었다. 선수들의 나이도 늘었고 연습량도 늘었다"며 "무엇보다도 경험이 많다는 것이 우리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시즌이 시작되면 선수들이 알아서 잘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올 시즌 우리카드의 지휘봉을 잡게 된 강만수 감독은 "항상 이 자리에 서면 설레고 긴장된다"며 "이번 시즌을 위해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준비를 했다. 적어도 4강 안에는 들겠다. 관중들이 '우리카드가 언제 또 게임을 하지'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꿈과 희망을 주는 멋진 경기를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5년 만에 현장에 복귀한 문용관 LIG손해보험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는 많이 받기만 했다. 즉 패배가 많았다. 맷집은 이미 강해져 있으니 올해는 강펀치를 날릴 수 있도록 하겠다. 연습 기간 동안 '연체동물'이었던 팀을 '척추동물'로 바꾸었다"며 "남자 배구에서 서브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강한 서브를 앞세우는 팀이 되겠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팬들에게 재미있는 경기를 선사하겠다"고 시즌 개막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물렀던 한국전력은 신영철 감독 체제로 새 시즌을 맞는다. 신 감독은 "올해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 팬들에게 사랑받는 팀이 되겠다"며 "밀로스·서재덕 전광인 등을 앞세워 공격적인 배구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신생팀 러시앤캐시의 김세진 감독은 '막내'답게 시즌을 맞이하는 포부도 당찼다.

"안녕하십니까. 막내 감독 김세진입니다"로 말문을 연 김 감독은 "우리팀은 이번 시즌에 한 번 미쳐보겠다. 치열한 전쟁판에서 미치지 않으면 쫓아가기 힘들 것"이라며 "우리 선수들도 미칠 각오가 돼 있다. 공격적으로 밀어붙이는 젊고 패기 있는 팀을 만들겠다"고 대선배들을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