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김호철(58) 감독의 표정은 경기 전부터 밝지 않았다. 우승컵을 준비하는 감독의 모습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 【안산=발리볼코리아 김경수기자】28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3 안산.우리카드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결승 우리카드 vs 현대캐피탈 경기에서 현대캐피탈 김호철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2013.07.28.

불과 몇 개월 전까지 자신이 지도하던 선수들을 상대로 우승컵을 다투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해서였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은 끝내 우승을 차지했고 김호철 감독은 헹가래를 받았다.

김호철 감독이 이끈 현대캐피탈은 28일 오후 경기 안산시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3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우리카드와의 결승에서 3-1(24-26, 25-22, 25-23, 25-18)로 이겨 우승을 차지했다.

대한항공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2-3으로 질 때만 해도 우승권과 거리가 멀어보였던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와의 두 번째 경기를 3-1로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

파죽지세로 LIG손해보험까지 3-0으로 따돌린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을 잡고 올라온 우리카드와 결승에서 맞닥뜨렸고 결국 우승컵을 차지했다.

경기 전 김감독은 "우리카드만큼은 피하고 싶었는데 운명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안산=발리볼코리아 김경수기자】28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3 안산.우리카드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결승 우리카드 vs 현대캐피탈 경기에서 현대캐피탈 김호철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2013.07.28.

그는 "어려울 때 만나 짧은 시간이나마 같이 울고, 같이 웃고 했던 팀인데 마음이 찡하다. 함께 고생한 친구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박희상 감독의 뒤를 이어 러시앤캐시의 지휘봉을 잡았다. 김호철 감독체제에서 러시앤캐시는 지난 2012~2013시즌 V-리그의 돌풍을 일으켰다.

2라운드에서 현대캐피탈을, 3라운드에서 대한항공과 삼성화재를 차례로 격파하며 긴장감을 불러왔다. 대한항공에 승점 1이 모자라 플레이오프 진출을 못했지만 숱한 화제를 뿌리기에는 충분했다.

당연히 지도력을 인정받은 김 감독의 주가 또한 폭등했고 계속해서 팀에 남아 다음 시즌 더욱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눈도 많았다.

하지만 새로 창단 준비를 하고 있는 러시앤캐시 등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렸던 김 감독은 결국 친정팀 현대캐피탈로 복귀했고 그 사이 기존의 팀은 우리카드가 인수해 새롭게 강만수 감독 체제로 탈바꿈 했다.

김호철 감독은 경기 전 "현재 우리카드 분위기가 어수선한데 이번에 좋은 경기를 해서 구단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남겼다.

그는 경기 전 강만수 감독을 찾아 "결승에 올라온 것을 축하한다"며 먼저 악수를 건네기도 했다.

경기가 끝나고 우리카드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이후에도 심경의 변화는 없었다.

그는 기분을 묻는 질문에 "굉장히 찝찝하다. 우리카드 선수들 열심히 하고 마지막까지 잘 했는데 아쉬운 점들이 보인 것 같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안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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