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이적 신분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김연경(25)의 선택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줄어든 선택만큼 고민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총재 구자준)은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KOVO 대회의실에서 상벌위원회(위원장 김광호)를 열고 "김연경에 대한 배구연맹의 임의탈퇴 공시는 적합한 것으로 판단해 김연경이 제기한 이의신청은 기각한다"고 밝혔다.

▲ 【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배구연맹(KOVO)에서 임의탈퇴 공시에 이의신청을 제기한 배구선수 김연경에 대한 상벌위원회 개회에 김광호 상벌위원회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상벌위원회가 내린 결정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자유로운 신분으로 해외 이적을 원하고 있는 김연경에게 배구연맹의 임의탈퇴는 족쇄나 다름없다. 임의탈퇴가 풀려야 대한배구협회와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을 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김연경은 지난 15일 발표한 성명에서 배구연맹에 임의탈퇴 공시에 관한 법적 근거를 요구했다. 이날 상벌위원회는 김연경이 제기한 이의 신청 때문에 소집됐다.

하지만 김연경은 배구협회와의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도 해 보기 전에 큰 명분 하나를 잃었다. 문제 해결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배구연맹의 임의탈퇴 공시 철회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상벌위를 마치고 나온 김연경은 "여전히 서로의 의견차가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좋은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낙담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벌위는 김연경의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김광호 상벌위원장은 "김연경은 FA자격 취득 요건인 6시즌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배구연맹의 임의탈퇴 공시는 적합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제 배구협회의 입장을 들어볼 차례다.

김연경은 지난 15일 긴급 성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총 5가지 사항을 들어줄 것을 요구했다. 한 가지는 배구연맹, 다른 3가지는 배구협회를 향한 것이었다. 나머지 한 가지 요구의 대상은 흥국생명이었다.

김연경은 배구협회에 ▲지난해 9월 작성한 합의서 작성 경위 설명 ▲ 비밀로 작성된 합의서를 FIVB(국제배구연맹)에 제출한 이유에 대해 소명할 것과 ▲FIVB에 '클럽 오브 오리진(Club of Origin)'의 존재여부를 정식으로 질의할 것을 요구했다.

흥국생명에는 ▲지난해 9월 작성된 합의서를 무효화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 같은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향후 배구연맹 소속 팀으로 V-리그에 참여하는 일은 없는 것은 물론, 배구협회 소속으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배구협회는 지난해 9월 대한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 배구연맹 등 4대 관련 단체와의 협의 끝에 이적동의서 발급을 해주면서 내걸었던 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

당시 배구협회는 문제가 됐던 터키 페네르바체와 김연경이 직접 맺은 계약을 무효로 하고, 향후 3개월 이내에 흥국생명과 페네르바체가 주체가 돼 계약서를 재작성하는 것을 조건으로 ITC발급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 의무조항은 지켜지지 않았고 배구협회는 올해 예정된 동의서 발급 때 실력 행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해외진출을 적극 돕겠다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전개된 이상 발을 빼기도 힘들다.

▲ 【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최근 소속 분쟁을 겪고 있는 배구선수 김연경이 23일 오전 서울 상암동 한국배구연맹(KOVO)에서 열린 상벌위원회에서 소명 절차의 참석을 마치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3.07.23.

김연경 측이 스스로 정한 시간이 25일까지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지부진한 논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 두었던 초강수에 스스로 발목이 잡힌 셈이다.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 김연경 측의 주장은 바뀌지 않은 상태다.

국내 규정에 따르면 자유계약선수(FA)가 아니지만 해외 진출을 요구하고 있는 자신의 경우는 FIVB 룰에 따라야 하므로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상벌위에 참석했던 한 위원은 "김연경이 국내 룰에 따르면 자신의 잘못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국제 룰에는 잘못이 없다는 그릇된 인식이 확고한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어 "그 자신도 무엇이 옳은지 헷갈려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상벌위에 참석했던 장달영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는 김연경 측의 주장의 허구성을 법적 근거를 들어 명확히 설명했다.

'지난 2012년 6월30일 기준으로 흥국생명과의 계약이 만료됐기 때문에 더이상 흥국생명 소속이 아니다' '임의탈퇴가 안 풀릴 경우 은퇴선수 공시를 얻어 해외로 나가면 된다'는 김연경 측의 두 가지 주장에 대해 법리적 해석을 내렸다.

그는 "김연경이 상벌위에서 언급한 은퇴선수 공시는 더이상 선수생활의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는 것을 전제로 이뤄진다. 하지만 김연경은 국내에서 뛸 의사가 없을 뿐이지 해외까지 포함한 모든 선수생활을 접겠다는 것이 아니라 은퇴선수 심의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계약기간 만료에 대해서는 "모든 스포츠룰을 봤을 때 선수 신분의 효력은 구단과의 계약 만료일과는 상관없다. 선수 신분은 오로지 연맹의 등록 공시에 의해서만 결정된다. 김연경의 주장대로 계약일이 만료됐다 하더라도 은퇴선수로 공시되지 않는한 KOVO 규정상 흥국생명 소속이 맞다. 임의탈퇴로 공시되더라도 흥국생명 선수 정원 안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김연경은 결국 흥국생명 소속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적과 관련한 FIVB 규정에는 실체적 요건과 절차적 요건을 두고 있다. 모든 FIVB 가입국가는 ITC 발급을 통해서만 이적 절차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절차적 요건은 해당사항이 없다. 이적을 원하는 선수의 신분을 확인하는 실체적 요건은 각국 배구협회의 규정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김연경이 흥국생명 소속이라고 결론을 내린 FIVB의 결정은 이적은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제 공은 다시 김연경에게 넘어 갔다.

김연경이 그동안 주장했던 사안들이 하나둘씩 벽에 부딪히고 있다. 내릴 수 있는 여러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김연경이 과연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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