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자신의 사령탑 복귀전이자 2013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 개막전을 승리로 이끈 문용관 감독의 표정은 무척 어두웠다. LIG를 이끌고 처음 공식 석상에 나선 그는 1승의 기쁨보다 숱한 문제점을 드러낸 경기력 지적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 【안산=발리볼코리아 김경수기자】20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3 안산.우리카드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LIG손해보험 vs 우리카드 경기에서 LIG손해보험 문용관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13.07.20.

문 감독은 이날 경기 안산시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남자부 개막전에서 우리카드를 3-2(25-22 31-33 25-21 20-25 16-14)로 이긴 뒤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응집력을 가지는 것이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평가했다.

LIG는 김요한(30점)-이경수(18점)로 이어지는 쌍포의 활약 덕에 명승부를 승리로 장식했다. 하지만 줄곧 단점으로 지적됐던 세밀한 세트 플레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여전히 부족했다. 대형 공격수들의 개인 기량이 아니었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경기 내용이었다.

문 감독은 "오늘 선발 세터였던 권준형은 지난해 주전으로 나온 경험이 없는 선수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의 부상이 많아 세트 플레이를 시작한 지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세터가 흔들리니 팀 플레이보다는 서로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LIG는 그동안 좋은 멤버를 꾸리고도 응집력의 부족으로 정상 도전에 실패해왔다. 지난 해 컵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뿐 리그에서는 늘 들러리에 머물렀다. 어느 덧 3인자 자리에서도 멀어진 모습이다.

지난 4월 LIG 사령탑으로 부임한 문 감독은 그동안의 소회를 가감없이 털어놨다. 문 감독의 눈에 비친 LIG는 체질개선이 절실한 팀이었다.

"선수들을 한 명씩 보면 참 좋다. 그런데 결국 배구는 단체 종목"이라고 운을 뗀 문 감독은 "선수들이 나만을 위한 플레이를 해서는 안 된다. 내가 몇 점을 올렸느냐가 문제가 아니고 주어진 역할을 책임지면서 해야한다"고 말했다.

지적의 수위는 더욱 세졌다. 문 감독은 "가장 안 좋은 점은 기복이 심하다는 것이다. 잘 하다가도 마지막에 무너진다. 결국 싸움은 20점부터다. 거기서 조직력을 쏟아내야 한다"며 "코트 안에서 내가 처리하겠다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하는데 수비를 하기 싫어한다. 밥 하기는 싫어하면서 밥만 먹으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문 감독은 끊임없는 반복 훈련과 일부 변화를 통해 체질 개선을 꾀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외국인 선수는 라이트 포지션로 한정했다. 팀내 최고 거포인 김요한 뿐 아니라 모든 측면 공격수들이 공격만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의미다. 또한 라이트 유망주였던 이강원은 중원 강화를 위해 센터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 【안산=발리볼코리아 김경수기자】20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3 안산.우리카드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LIG손해보험 vs 우리카드 경기에서 LIG손해보험 문용관감독이 벤치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13.07.20.

문 감독은 "우리 팀에는 라이트가 없다. 모든 선수들이 레프트가 갖춰야할 움직임과 수비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며 기본기를 강조했다. 이어 "이강원은 센터로 집중 육성할 생각이다. 신영석처럼 좋은 센터가 있으면 경계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시간차 등 다양한 기회가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잘 된 부분을 묻자 "거의 없다"고 답했다. 잠시 생각한 문 감독은 "세터 권준형이 주전으로 한 경기를 소화했는데 그나마 경기를 이겨 경험을 쌓았다는 것이 오늘의 수확"이라고 전했다.

김요한은 "감독님께서 기술적인 것보다는 그 외적인 부분을 많이 강조하신다. 배구를 하더라도 좀 더 끈질긴 배구를 원하시고 기본기를 많이 주문하시는 편"이라며 팀 분위기를 설명했다.【안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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