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에 부임한 지 만 20년이 된 만큼 올해만큼은 반드시 정상에 오르고 싶다던 신치용(60) 감독의 꿈이 좌절됐다.

앞길을 가로 막은 이는 그의 지도 속에 성장한 2년차 김세진(41) OK저축은행 감독이다.

김 감독이 이끄는 OK저축은행은 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삼성화재를 3-1(25-19 25-19 11-25 25-23)로 제압했다.

대전 원정으로 치러진 1,2차전을 휩쓴 OK저축은행은 3연승으로 창단 2년 만에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챔프전은 결과 못지 않게 삼성화재 출신 사령탑들의 맞대결에 관심이 쏠렸다.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한국전력 신영철(51) 감독을 포함하면 올해 봄 배구에 오른 사령탑 전원이 삼성화재에서 한솥밥을 먹은 경험이 있다.

이중에서도 신 감독과 김 감독은 매우 각별한 사이다. 한양대 시절 일찌감치 최고의 라이트 공격수로 꼽히던 김 감독은 1995년 삼성화재에 창단 멤버로 합류하며 신 감독과 처음 연을 맺었다.

두 사람은 숱한 우승컵을 싹쓸이하며 한국 배구계를 삼성화재의 천하로 바꿔놨다.

김 감독이 은퇴 후 지도자가 아닌 해설자의 길을 걸으면서 잠시 다른 공간에 있던 두 사람은 김 감독이 재작년 OK저축은행 수장으로 임명되면서 코트에서 재회했다.

그리고 올해에는 우승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에서 맞대결을 벌였다. 코트 밖에서는 소주잔을 기울이며 속내를 털어놓는 사이이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양보는 없었다.

챔프전은 모두의 예상을 크게 빗나갔다. "우리가 챔프전에 올 줄은 정말 몰랐다"며 한껏 자세를 낮췄던 김 감독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스승을 무섭게 몰아붙였다. 수장으로서 처음 경험하는 챔프전이었지만 선수 시절의 강심장은 여전했다.

1차전 원정경기에서 삼성화재에 시즌 첫 0-3 패배를 선사한 OK저축은행은 2차전에서도 무실세트 승리로 기세를 올렸다.

3차전을 앞두고 "오늘 시리즈를 끝낸다면 거짓말 같은 일이 될 것"이라며 침착하게 삼성화재의 범실을 기다리겠다던 김 감독은 스승의 8년 연속 우승을 저지하며 감독 데뷔 첫 우승을 달성했다.

김 감독의 등장으로 신치용-김호철 체제로 대표됐던 사령탑 경쟁에도 지각 변동이 생겼다. 출범 11번째 시즌을 맞은 V-리그에서 신치용(8회)-김호철(2회) 감독을 제외한 다른 지도자가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 감독이 1승도 거두지 못하고 포스트시즌에서 물러난 것 또한 전례가 없었다. 3경기 동안 고작 한 세트만 빼앗았다. 【발리볼코리아/뉴시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문의 volleyballkorea@hanmail.net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opyright © VolleyballKorea. All rights reserved.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