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2년 만에 운영 포기, 몰래 트레이드로 마지막까지 뒤통수.

▲ 【사진=발리볼코리아 김경수 기자】 우리카드 창단 인수 및 강만수감독 계약식.(2013-자료사진).

역사의 시작부터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까지의 과정들을 들여다보면 신뢰를 최우선으로 하는 금융회사의 행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오락가락했다.

배구계를 떠난 우리카드의 이야기다.

우리카드는 3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에서 "더 이상 배구단을 운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KOVO측에는 며칠 전 공문을 보내 같은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카드가 드림식스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2013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보다 상대적으로 늦게 경쟁에 합류했다는 것과 5억원이 적은 인수금액을 써냈다는 약점을 제1금융권이라는 장점으로 희석시킨 우리카드는 KOVO 이사들의 높은 지지를 이끌어내며 드림식스의 주인이 됐다.

당시 KOVO측은 우리카드의 손을 들어준 이유로 "기업의 안정성과 투자계획을 봤다. 인수 금액이 평가의 전부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의 가로채기나 다름없는 그림이었지만 그만큼 인수 계획서에 적힌 우리카드의 제안은 뿌리칠 수 없을 정도로 달콤했다.

배구계에 찾아온 따뜻한 봄날은 불과 3개월도 지속되지 못했다. 2013년 6월 배구단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우리금융지주 이팔성 회장이 물러나고 이순우 회장이 부임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민영화를 전면에 내세운 이순우 회장은 조직 슬림화에 나섰고 스포츠단을 향해 칼끝을 겨냥했다. 아직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배구단은 좋은 타깃이었다. 이순우 회장은 부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배구단의 해체를 지시했다.

우리카드의 매각 조짐에 여론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룹 내 의견도 엇갈렸다. 결국 우리카드는 집중 포화를 맞은 끝에 울며 겨자 먹기로 배구단 인수 철회 의사를 백지화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2013~2014시즌을 보낸 우리카드는 배구단에서 손을 떼기 위한 물밑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이는 우리카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우리금융지주 계열사들의 상당수를 민영화한 시기와 맞물린다. 운영 자금을 계열사들로부터 분산해서 받던 우리카드에는 직접적인 압박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나온 것이 센터 신영석의 트레이드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7월 팀의 간판스타인 신영석을 현금트레이드를 통해 현대캐피탈로 보냈다.

트레이드는 우리카드측에서 먼저 제안했다. 우리카드는 반대급부로 받은 10억원 중반의 금액으로 한 시즌을 치렀다.

그리고 이날 이사회에서 운영 포기 의사를 공식화했다.

우리카드의 운영 포기와 신영석의 트레이드는 마지막 잔치인 챔프전을 치르는 배구계에 커다란 충격을 던져줬다.

물론 팀의 운영 포기는 전적으로 우리카드가 결정할 일이다. 어렵게 리그에 합류한 사실을 잊고 원하는 시기에 끝을 맺는 것을 두고 책임을 물을 규정은 없다. 그저 도의적인 책임만 따를 뿐이다.

신영석의 현금 트레이드 또한 규정에는 저촉되지 않는다. 다른 구단들과 팬들의 비난만 감수하면 된다. 우리카드는 이 방법을 선택했다.

우리카드의 포기 결정으로 당장 남아있는 선수들의 거취는 불투명해졌다. 가장 좋은 그림은 인수 기업이 나타나는 것이지만 분위기상 쉽지는 않다. KOVO의 위탁관리 역시 마찬가지다.

KOVO 관계자는 "팀을 해체하는 것은 쉬워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 위탁관리라는 형식을 빌려서라도 5월 말까지는 팀을 끌고 가겠다는 것이 연맹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공적자금이 없다면 이후에는 해체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2013년 읍소하다시피 하며 배구계에 입성한 우리카드는 2015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마지막에는 주축 선수의 현금 트레이드를 단행하고 이를 숨긴 채 매각을 추진했던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우리카드 구단을 사들일 기업 확보를 위해 발 벗고 뛰어 다녔던 한 배구 관계자는 "찜찜하다고 하면 너무 약한 표현인 것 같다. 매우 열 받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우리카드는 짧은 기간 동안 배구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1등 카드'를 외치는 우리카드가 배구계에서 잃은 신용은 쉽게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꾸라지' 우리카드가 V-리그판을 제대로 흐려놨다. 【발리볼코리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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