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는 '구매자'인 현대캐피탈측에 구단 매각을 위해 트레이드 사실을 공개하지 말아 줄 것을 요청.

▲ 【사진=발리볼코리아 김경수 기자】우리카드 선수들의 경기모습.(2013-2014 V리그 자료사진).

남자프로배구 우리카드가 군복무 중인 주축 센터 신영석(29)을 현대캐피탈에 '몰래' 트레이드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카드는 왜 이같은 꼼수를 부렸을까?

구단의 에이스 선수를 트레이드하고 이 돈을 구단운영비로 사용했다는 것도 의아하지만 구단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차피 드러날 일을 숨긴 배경에도 의문이 가고 있다.

31일 한국배구연맹(KOVO) 등에 따르면 일단 우리카드 측은 신영석을 트레이드했던 지난해 7월께 이미 구단을 더 이상 운영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군복무 중이어서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은 아니더라도 국가대표팀에서 주전 센터로 뛰었던 에이스 선수를 트레이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우리카드는 신영석의 트레이드로 마련한 자금을 전력보강이 아닌 구단운영비로 사용했다. 배구계에서는 우리카드가 10억원 이상의 현금을 챙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카드가 당시에 이번 시즌을 끝으로 배구단을 더이상 운영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사실상 굳혔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트레이드에 따라 현재 군 복무중인 신영석은 전역 후 현대캐피탈로 자리를 옮기고 대신 우리카드는 현금을 챙겼다. 신영석은 내년 1월20일 만기 전역 예정이다. KOVO측은 대부분의 구단이 신영석 트레이드 관련 제안을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중에서 현대캐피탈이 응했을 뿐이라는 이야기다.

또, 구단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우리카드의 상황도 트레이드 결정에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모기업으로부터 이미 배구단 운영을 중단하라는 압박을 상당히 받고 있었는데다가 구단운영비를 분담해주던 우리금융지주의 상당수 계열사들이 매각되면서 우리카드 입장에서는 구단 운영비를 충당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던 상황이었다.

이날 열린 KOVO 이사회 및 임시총회에 참석한 우리카드 관계자는 "운영비를 마련해야 하는데 적당한 선수가 신영석이었다"며 "신영석이 가장 에이스이기는 하지만 우리카드는 센터진이 가장 두꺼운 팀이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카드는 왜 굳이 신영석의 트레이드 사실을 숨겼을까.

우리카드는 '구매자'인 현대캐피탈측에 구단 매각을 위해 트레이드 사실을 공개하지 말아 줄 것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이사회에서 이사들은 이 점을 이상하게 여기고 질문을 던졌다. 구단을 매각하려면 어차피 드러나게 될 일을 굳이 숨긴 점이 언뜻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우리카드측은 일단 신영석의 트레이드를 숨기고라도 팀 인수자를 찾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인수의향이 있는 대상이 나타나면 구체적으로 구단가치를 책정하고, 금액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신영석의 트레이드를 공개할 심산이었다.

일단, 인수자를 불러모은 뒤 협상테이블에서 신영석의 트레이드 사실을 공개하고 금액을 조금 더 낮추는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KOVO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우리카드의 보고를 받고 굉장히 황당했다"며 "남은 것은 우리카드 배구단과 선수들의 처리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인수자를 찾기 더 어렵게 됐다"고 토로했다.【발리볼코리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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